중국發 폐렴에 설 특수 노리는 제주도 '비상'

입력 2020-01-24 09:30
수정 2020-01-24 09:32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중국 대표 명절인 ‘춘절’ 기간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제주도의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입국자 중 ‘우한 폐렴’ 환자가 나온 가운데 중국 관광객들을 자주 접하는 제주도민들과 제주도를 방문하는 국내 관광객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23일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춘절 연휴 기간(24~30일)에 중국인 관광객 2만7000여명이 제주도를 찾을 전망이다. 지난해 춘절 연휴 기간에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인원인 1만9865명보다 3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직항노선을 통해 제주도로 들어가는 중국인 관광객은 2만5000명에 달한다.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제주도는 춘절 연휴 기간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손꼽힌다. 설 연휴 기간(오는 24~27일)에만 제주 노선에 국내선 1132편, 국제선 140편이 운항되고, 20만8284명이 항공편으로 제주도를 방문할 전망이다.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설 연휴 기간 중국 관광객 입국으로 인한 우한 폐렴 확산을 우려하는 반응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여성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 환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제주 지역 온라인 맘카페 회원인 30대 여성 정모씨는 “도심 카페 등 해외 관광객이 많은 장소는 설 연휴 기간 동안 피할 생각”이라며 “제주도로 내려오는 부모님께는 마스크를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일부 맘카페 회원들은 “한시적으로 중국에서 오는 입국을 막아야 한다”며 강경 조치를 희망하기도 했다.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관광객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씨(34)는 “3살 자녀와 제주 여행을 가려다가 우한 폐렴이 걱정돼 일정을 취소했다”며 “숙박업체에서 예약금 30만원 중 10만원만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숙박 예약을 물렀다”고 했다. 한 국내 여행사 관계자는 “제주도 여행 예약 인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폐렴이 걱정돼 예약 취소를 하시는 분들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앞선 20일 질병관리본부는 우한 폐렴 해외 유입으로 인한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방역대책반을 가동하고 지역사회 의료기관의 감시 및 대응을 강화하는 조치다. 국내 확진 환자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 격리돼 치료 중이다. 23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공중 보건위기상황 선포 등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당분간 현재와같은 총력 대응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환자 수는 국내 1명을 비롯해 중국 440명, 태국 4명, 일본 1명, 대만 1명, 미국 1명, 마카오 1명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우한시 직항 입국 항공편에 대해선 항공기가 내리는 게이트에서 개인별 체온 측정 등 검역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외 모든 입국자에 대해서도 입국장에서 발열감시를 통해 증상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우한시를 다녀오고 14일 이내에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생기면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로 문의하면 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