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보수 소통합' 논의가 본격 궤도에 오른 가운데 108석을 가진 제1야당 한국당이 단 8석을 갖고 있는 새보수당에 주도권을 빼앗긴 모양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에게 조찬회동을 제안했지만 유 의원은 양당 간 협의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만나자며 거절 의사를 전했다.
황 대표는 당초 설 명절 전 유 의원과의 회동 진행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보수 빅텐트론' 논의에서 이탈하면서 보수 통합을 위한 스텝이 꼬였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보수 소통합' 논의를 진전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 9일 전국 당협위원장의 일괄사퇴까지 의결하면서 보수 통합의 절실함을 지속적으로 표해왔다. 그러나 유 의원은 당협위원장 일괄 사태 이상의 교통정리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자칫 흡수통합으로 비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유 의원은 이제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운영 방식까지 관여하고자 하는 상황이다. 새보수당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 참여한 이후 한국당이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하자 통합 의지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황 대표가 유 의원의 조건에 어느 정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만큼, 양측 실무진이 먼저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들은 각 당 지도부 해체와 신당 지도부의 구성 방식을 놓고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공천관리위원회 재구성이 통합의 키가 될 전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새보수당은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자신감이 붙은 상황"이라며 "황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대권 가도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의원까지 황 대표의 러브콜을 무시했다 보니 다급해진 것은 황 대표"라며 "설 명절 전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자 했지만 유 의원에게 끌려다니는 모양새만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측 실무진은 당분간 비공개로 논의를 이어간다다. 한국당에선 중도·보수 통합을 목표로 한 혁통위에 참여하는 김상훈·이양수 의원 중 한 명이 나선다. 새보수당에선 한국당과 물밑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진 정병국·유의동 의원이 실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