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론’을 꺼내 들었다. 4·15 총선에서 압승한 뒤 ‘대통령 권력 분산’을 골자로 한 개헌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총선에서 개헌을 주요 이슈로 부각해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1 대 1 영수회담을 3개월 만에 다시 제안했다. 총선 공천과 관련해선 ‘현역 국회의원 50% 교체’와 ‘20~40대 30% 공천’ 방침을 밝혔다.
黃, 석 달 만에 또 영수회담 제의
황 대표는 이날 서울 당산동 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선에서 압승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개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헌의 구체적 내용과 방향에 대해선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떻게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대통령제로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며 말을 아꼈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의 내치 권한을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에게 넘기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편을 주장했다. 황 대표는 “대통령제를 유지할지, 의원내각제로 바꿀지 큰 틀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어찌됐든 특정인이 국민과 제1 야당을 무시하고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개헌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권력구조 개편을 총선용 이슈로 내세워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작년 11월)을 이미 돈 상황이라 이번 총선이 끝나면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재점화할 것”이라며 “개헌 이슈를 먼저 주도하며 소수 정당들과의 ‘개헌 연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한국당 당직자는 “야당으로선 개헌 외에 총선 판을 흔들 만한 이슈를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황 대표는 또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통령과의 1 대 1 영수회담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제1 야당 대표로 취임한 뒤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 현안을 상의한 기억이 없다”며 “여러 차례 (영수회담을) 요구했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고 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아직 제의가 오지 않았다”며 “구체적으로 안을 제시해 오면 내용을 검토한 뒤 야당과 협의해 보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언제든 정치 지도자들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도 회담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작년 11월에도 문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에도 청와대가 영수회담 제안을 거절하면 한국당이 ‘불통 정권’으로 공격할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20~40대 젊은 정치인 30% 공천”
황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 3분의 1을 컷오프(공천 배제)하는 등 현역 의원을 50%(108명 중 54명)까지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또 “20~40대 젊은 정치인을 지역구에 최대 30% 공천해 젊은 자유우파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그는 ‘비례대표 출마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공관위가 당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공관위 결정에 따라 비례대표로 나설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국당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역구 공관위 구성을 완료했다. 현역 의원 중에선 박완수 당 사무총장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 등 두 명이, 원외 인사로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이인실 서강대 교수 등 여섯 명이 공관위원으로 활동한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