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총 근로시간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가산하지 않고 실제 근로한 시간만큼만 반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실제 근로시간을 반영하면 시간급 통상임금이 많아져 사측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해진다. 기업들이 ‘제2차 통상임금 줄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충남의 한 버스회사에서 퇴직한 운전기사 이모씨 등 7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추가 승소 취지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사건의 쟁점은 ‘월 단위로 지급된 수당’을 ‘해당 월의 총 근로시간’으로 나눠 산출하는 시간급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총 근로시간’을 어떻게 계산할지였다. 시간급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총 근로시간이 작아질수록 시간급 통상임금이 많아져 근로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뒤집고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 따르면 시간급 통상임금이 실제 가치보다 더 적게 산정된다”며 “이는 연장 및 야간근로에 대해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로 ‘고정 연장근로(OT)’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줄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 현장에선 임금약정이나 임금협약에 ‘고정 OT에 할증률을 적용한다’고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형 로펌의 노동팀 변호사는 “초과근로에 할증률이 적용된다는 건 산업현장에선 너무나 기본적인 사항”이라며 “할증임금을 적용한다는 명시적 문구가 따로 없는 사업장은 통상임금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연수 기자/최종석 전문위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