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선반제조업체 영진산업, '父子 콤비 경영'의 힘…6년 새 6배 성장 일궜다

입력 2020-01-22 17:19
수정 2020-01-23 14:43

22일 오후 2시 경기 김포시 대곶면 영진산업. 제1공장에서 철제 코일을 반제품으로 가공하는 프레스 공정이 한창이었다. 반제품은 다시 절곡기를 거쳐 선반 제조용 부품으로 가공됐다. 이후 도장 작업, 건조 등 몇 번의 공정을 마친 완제품이 근로자의 손을 거쳐 생산공장 옆 물류창고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렇게 하루 동안 쌓인 2000여 개의 선반 제품과 가구는 대형 트럭에 실려 전국 할인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물류창고로 일제히 보내졌다.

1979년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산업용 조립식 철제 선반 제조업체 영진앵글로 출발한 영진산업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창업주 민병오 회장과 2005년 합류한 2세 경영인의 부자(父子) 경영이 본격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게 대내외의 평가다. 이 업체는 2012년 가정용 무볼트 선반 ‘스피드랙’을 선보이며 소비재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조립과 이동이 편리한 게 장점인 스피드랙이 ‘대박’을 치면서 지난 6년 새 매출은 6배, 고용 인원은 5배 증가했다.

꽃 피운 부자(父子)의 콤비 경영

올해 72세인 민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경북 구미 출신인 그는 20대 초반에 상경해 자동차 관련 공업사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혔다. 30세 무렵 일본에서 도입한 앵글 제조 기술을 밑천 삼아 영진앵글을 창업했다. 1남2녀 중 둘째인 민효기 대표를 얻은 것도 이 무렵이다.

영진산업은 산업용 선반을 주로 생산하는 B2B(기업 간 거래) 업체였다. 하지만 2012년 스피드랙을 출시하면서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국내 산업용 선반 시장의 성장세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민 회장은 회사 주력 제품을 무겁고 조립이 어려운 철제 선반에서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는 가정용 가구로 바꿨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든 스피드랙 제품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유통산업전시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민 회장은 “당시 박람회에서 스피드랙 제품이 하루 100여 개씩 불티나게 팔리는 등 소비자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회상했다.

아버지가 제품 혁신을 일궜다면 아들인 민 대표는 제품을 세상에 널리 알린 주역이다. 스피드랙 제품을 박람회에 출품한 것도, 온라인 마켓으로 판로를 확장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2013년 이후 영진산업의 온라인 매출은 매년 20%씩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판 이케아로 키운다”

영진산업은 2011년 영진앵글이 법인 전환을 하면서 탄생했다. 민 대표는 이 시기에 회사 지분의 절반을 승계받으며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30년간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던 영진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부자 경영이 잠깐 위기를 맞기도 했다.

민 대표는 “30년 이상 쌓아온 아버지의 경영 철학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내 생각이 충돌할 때가 많았다”며 “퇴근 후 집에서 약주를 한잔 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2013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제공하는 경영자문단에 도움을 청한 것도 ‘부자 갈등’을 ‘콤비 경영’으로 뒤바꾼 배경이다. 민 대표는 “전직 대기업 임원 출신 경영 전문가들이 창업자와 2세 경영인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준 덕분에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고 새로운 경영전략을 세우는 쪽으로 힘을 합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진산업은 지난해 선반형 모듈 가구 브랜드 ‘홈던트’를 출범했다. 조립과 이동이 간편하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선반, 수납장, 코너장 등이 주력 제품이다.

민 대표는 “포스코에서 납품하는 재료만을 활용해 내구성·실용성이 뛰어나면서도 원가 절감으로 글로벌 가구 업체의 비슷한 상품에 비해 가격이 20~30% 저렴하다”며 “기술 혁신과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