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1조원 판 증권사 센터장의 '미스터리 행적'

입력 2020-01-21 17:42
수정 2020-01-22 00:06
‘라임펀드가 서울 강남 지역에서 불티나게 팔리면서 반포래미안 등 고가 아파트에서만 환매 중단으로 터진 금액이 1800억원에 달한다.’


라임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증권시장에서는 이 같은 얘기가 파다하게 나돌았다. 라임을 판매한 사모펀드가 개인 큰손을 상대로 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대신증권과 우리은행 등의 반포지점에서만 1조5000억원 이상의 라임펀드가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판 곳은 대신증권 반포지점이다. 이 지점에서 1조원가량을 판매한 간판 프라이빗뱅커(PB) 장모씨가 라임사태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깊숙한 관계를 가져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씨는 반포WM센터장 시절 이 전 부사장과 함께 장외 바이오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10월 비상장기업인 바이오이즈가 15억원 규모로 발행한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라임 임직원 등과 함께 인수했다. 라임 사태의 장본인으로 구속 직전 자취를 감춘 이 전 부사장이 8억원을, 장씨가 1억원을 투자했다. 라임 대체투자본부의 김모 본부장, 이모 부장 등도 1억원씩 투자했다.

장씨와 라임 경영진은 단순하게 재테크 상품을 공급하고 팔아주는 운용사와 PB의 일상적인 관계 이상이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전언이다. 장씨는 2015년 이전 라임투자자문 시절부터 원종준 대표, 이 전 부사장 등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의 투자 실사를 위한 미국 출장에 동행하기도 하고, 펀드 설계나 인수금융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장씨와 라임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얘기다. 장씨는 2017년 초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으로 발탁된 이후 라임펀드를 집중적으로 팔았다. 반포 일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2000억원가량,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8000억원가량을 팔았다. 대신증권이 라임펀드 1위 판매사(8월 말 9801억원)를 기록한 배경이다.

기관투자가 대상 펀드는 상당 부분 라임의 직판매 펀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라임이 코스닥 기업에 전환사채(CB)를 투자해 주고 다시 펀드 투자를 받으며 상당 부분 대신증권을 통해 펀드를 설정하면서 장씨를 밀어줬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라임의 편법 운용 의혹이 제기되자 장씨는 반포 일대 투자자들을 불러모아놓고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환매하지 않도록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고는 한 달 뒤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메리츠종금증권 도곡금융센터 영업이사로 이직했다. 라임이 1조5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 일이다.

그는 대신증권 고객의 라임펀드 자산 약 900억원을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옮겨왔다. 이 자산은 나중에 환매 중단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증권에 남은 라임펀드 중 환매 중단된 규모는 672억원(개인 대상)인데 이 가운데 500억원이 반포WM센터에서 팔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증권사 PB가 라임과 짜고 고객을 기만한 것”이라며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 공범 혐의로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라임과 증권사 PB의 뒷거래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라임에 속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