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출강국 명성 되찾으려면

입력 2020-01-21 18:53
수정 2020-01-22 00:15
경자년 새해를 맞아 수출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년 넘게 매달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수출이 지난해 12월에는 감소세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더니 연초 20일간은 -0.2%로 작년 수준을 회복했다. 기업들도 1분기 수출 체감 경기가 지난해 말에 비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수출의 플러스 반등을 기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판단 때문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연말부터 재개됐고, 올해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전 세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최근에는 초과 공급으로 쌓였던 재고 물량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고부가·신성장 유망 품목의 약진도 수출 회복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헬스, 2차전지, 전기차 등은 지난해 전체 수출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전기차는 지난해 80%가 넘는 수출 성장세로 이 분야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선 일본을 따라잡았다.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세도 수출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20개월 넘게 지속됐던 미·중 무역분쟁이 1단계 ‘스몰딜’에 합의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

물론 한국 수출의 앞날을 장밋빛으로만 볼 수는 없다. ‘무역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한다’는 공식이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각국이 자국 중심의 제조역량 강화에 나서면서 최근에는 국가 간 분업과 교역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밸류체인(GVC)이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중간재 수출이 크게 성장할 여지가 많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는 우리 수출이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야 한다. 제조업보다 부가가치 효과가 크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새로운 수출 자원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서비스와 창조적으로 융합한다면 전도 유망한 수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은 우리 수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키워드가 돼야 한다. 혁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모험에 나설 수 있는 혁신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글로벌 혁신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기업이 창조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함께 오픈이노베이션 채널을 적극 가동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한국의 혁신역량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수는 10개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았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과 스타트업의 혁신 역량을 창조적으로 결합한다면 수출 강국의 명성을 다시금 되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