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플 "원하는 디자인 업로드하면 옷·휴대폰 케이스에 프린팅"

입력 2020-01-21 17:11
수정 2020-01-22 02:16
2006년 미국 여행 중 디즈니 기념품 가게를 방문한 박혜윤 씨(사진)는 의문이 들었다. ‘백설공주 관련 상품은 왜 공주와 왕자밖에 없을까? 난 저기 심술궂게 생긴 난쟁이가 좋은데.’

박씨는 귀국 후 원하는 상품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프린트 온 디맨드(POD)’ 업체가 있는지를 알아봤다. 해외와 달리 국내엔 이렇다 할 POD 전문업체가 없었다. 직접 사업해보기로 하고 2007년 서울 홍대 인근에 커스텀 제품을 만드는 가게를 냈다. 온라인 기반 플랫폼으로 변신한 것은 2015년이다. 주문형 인쇄물 제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마플’의 시작이다.

박 대표는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가상현실(VR)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정보기술(IT)에 눈을 떴다. 마플은 ‘커스텀 프린팅 플랫폼’을 표방한다. 모바일, PC 화면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업로드하면 최소 수량 제한 없이 주문할 수 있다. 의류, 액세서리, 폰케이스 등 600여 종에 자신만의 이미지를 입힐 수 있다.

마플의 강점은 간편한 주문 시스템이다.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적용해 클릭 세 번이면 주문과 결제가 끝난다. 3만 개가 넘는 사용자 후기엔 가족, 연인의 사진을 활용한 소품부터 ‘덕후’를 위한 굿즈,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상품 등이 고루 올라와 있다. 제품 출시 전 시장의 반응을 테스트해보려는 샘플 제작자도 마플을 즐겨 찾는다.

해외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초 영문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11월에는 일본어 서비스도 내놓았다. 지난해 해외에서만 4억원의 매출을 얻었다. K팝 등 한국 대중문화 관련 굿즈 주문이 많다.

박 대표는 해외시장 개척 비결을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에게 단련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프린트 수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요. 기술 개발을 게을리하면 바로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해외 POD 업체 샘플을 받아보는데 우리보다 품질이 뛰어난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올해는 자신의 개성을 담은 제품을 제작해 판매까지 할 수 있는 1인 쇼핑몰 ‘마플샵’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은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판매자는 초기자본 없이 도전할 수 있고 디자인에 대한 수익을 배분받는 게 특징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