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과 관련해 검찰이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입찰무효 조치까지 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재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한남3구역 재개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1일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태일)는 서울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이들 건설사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한남 3구역 재개발 사업은 한남동 686번지 일대 38만6395.5㎡에 총 5816가구를 짓는 초대형 사업으로, 사업비만 약 7조원에 달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한남3구역 입찰 과정에서 3사가 조합원들에게 사업비 및 이주비를 무이자로 지원,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입찰제안서에서 이사비·이주비 등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 이익을 제안하지 못하도록 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국토부 고시) 제30조 1항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입찰제안서에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한 내용을 적는 등 입찰을 방해한 혐의(입찰방해)와 '임대주택 제로' 등 거짓·과장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도 있다고 봤다.
검찰은 그러나 입찰제안서 내용이 뇌물의 성격이 아니라 계약상 '채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무혐의로 판단이 나왔다.
검찰은 "입찰방해죄는 위계·위력 등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방해해야 성립한다”며 “(건설사들이) 입찰 제안서에 기재된 항목 중 일부를 이행할 수 없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일 뿐, 입찰방해죄의 위계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거짓·과장 광고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 법상 이를 광고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불기소 처분에 따라 3사는 한남3구역 시공사 재입찰에서 다시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입찰 공고에서도 기존 3사만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남3구역 조합은 오는 2월 재입찰 공고와 현장 설명회, 3월 입찰 공고 마감 후 오는 5월쯤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전망이다.
다만 국토부와 서울시는 검찰의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입찰 과정에서 불공정 관행이 발생하면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함께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시공 외 제안 등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면 입찰무효 등의 엄중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불공정 관행을 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검찰의 불기소 발표 후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113조에 따라 행정청의 입찰무효 등 관리·감독 조치가 가능한 사안이라며 "관련 조치에 따르지 않을 경우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벌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남3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제안된 사업비·이주비 등에 대한 무이자 지원, 일반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특화설계 등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 및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제9조를 위반했다"며 재산상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