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회사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30개 육성을 ‘4·15 총선’ 2호 공약으로 내놨다. 우량 벤처기업을 해마다 200개씩 선발해 자금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현재 11개인 유니콘 기업 수를 3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4대 벤처강국’을 위해 ‘K-유니콘 프로젝트’를 가동시키겠다는 집권당의 공약은 일견 반갑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놓은 실행방법을 짚어보면 기대보다는 답답함과 우려가 커진다. ‘벤처강국 패스트트랙’ ‘스케일업 강화’ 등의 멋진 수사가 넘치지만, 여전히 시혜적 차원의 정부 자금 지원에 의존케 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스타트업을 활성화하려면 자금 지원에 앞서 한국에만 있는 진입장벽과 규제를 풀고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회수 길을 넓히는 등의 시장환경 조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민주당 총선공약 발표식에 참석한 스타트업계 대표가 “유니콘 기업은 짧은 기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일침을 놓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유니콘 기업 30개 육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정부 자금을 쏟아붓는 방식은 단기 성과 위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이전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창조경제펀드와 녹색펀드가 ‘눈먼 돈 나눠먹기’로 얼룩진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버와 위워크도 수익모델 부재와 기업가치 하락에 시달릴 만큼 글로벌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돈을 빼면 무너지는 사상누각을 고집하는 것은 사회적 자원의 낭비를 부를 뿐이다. 규제 완화로 한발 더디더라도 시중 부동자금의 물꼬를 투자로 돌리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또 투자금 회수 길을 넓혀야 외국자본이 독식하고 있는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민간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기업이 원격의료 규제를 피해 일본으로 탈출하고,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위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일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