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며 1000명 가까운 증권범죄 사범을 재판에 넘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7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현 정권을 겨냥해 수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등도 대폭 축소됐다. 법무부는 대신 형사부와 공판부를 늘려 민생사건 처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지만, 검찰의 반부패 수사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법무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검찰 직제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23일 중폭 이상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이동을 시행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에 따라 커지는 경찰 권한도 민주적으로 분산돼야 한다”며 “국회가 자치경찰제 도입,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을 내용으로 통합경찰법을 신속히 처리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檢 직접수사 부서 13곳 폐지
법무부는 이날 전국 검찰청의 13개 직접수사 부서를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직제개편은 오는 28일 공포돼 시행될 예정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선 7개 부서가 사라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반부패수사4부는 공판부로 바뀌며, 반부패수사3부는 경제범죄형사부로 간판을 바꿔 단다. 선거·노동·공안 사건을 맡는 공공수사부와 관세·외환 범죄를 다루는 외사부 등도 이번에 대폭 축소됐다.
법조계에선 전담범죄 수사부서가 사라지면서 수사의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없어지는 것을 두고 “여의도 주가조작꾼들만 가장 좋아지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증권범죄합수단이 맡은 라임자산운용 사건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생긴 서울중앙지검의 과학기술범죄수사부, 조세범죄수사부 등도 2년도 안돼 문을 닫게 됐다. 포항 시민들은 ‘포항지진 의혹’ 수사 차질을 우려하며 전날 과학기술범죄수사부 폐지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신 일반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와 공소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공판부가 대폭 늘어났다. 법무부 관계자는 “‘무늬만 형사부’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경찰에서 송치한 민생사건 처리 위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법무부는 또 수사의 연속성을 위해 경과규정을 둬 기존에 수사 중인 사건은 직제개편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서에서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23일 대규모 검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조국 가족비리’ ‘청와대 선거개입’ ‘유재수 감찰무마’ 등 현 정권을 겨냥한 3대 의혹 수사팀이 대거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文 “경찰 권한도 민주적으로 분산돼야“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국회의 시간이었다면 정부로선 지금부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 될 수 있다”며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이 현안을 직접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당초 검찰개혁과 동시에 자치경찰제 도입, 국가수사본부 설치를 통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 분리 등 경찰개혁을 함께 추진하려 했으나, 검찰개혁만 우선 이뤄진 상태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남용의 통제”라며 “이 점에서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는 한 묶음”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