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선 긋기에 사라진 '보수 빅텐트론'…한국당·새보수당 '보수 소통합'에 그치나

입력 2020-01-21 09:38
수정 2020-01-21 09:40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귀국과 함께 보수 통합 논의에 선을 긋고 독자 중도 신당 창당을 선언한 가운데 '보수 빅텐트론'이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역시 새로운보수당과의 '보수 소통합'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나섰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이날 보수 소통합을 위한 양당통합협의체 구성에 들어간다.

당초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새보수당의 양당통합협의체 구성 요구를 수용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안 전 의원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왔다.

안 전 의원이 귀국하던 지난 19일 황 대표는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여의도에 90년대생이 온다'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자유 우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함께하겠다는 제 뜻은 변함이 없다"라며 "안 전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또 지난 2일 새해 첫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뒤 안 전 의원의 정계 복귀 선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가급적 모든 분이 함께하는 대통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전 의원이 귀국 당일 보수 빅텐트론에 선 긋기를 하고 나서자 한국당 역시 새보수당의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안 전 의원을 끌어안으면서 중도진영까지 포섭하려 했던 총선 전략이 무위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20일 안 전 대표의 독자노선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도권은 새보수당에게 넘어간 모양새다. 우리공화당보다는 다소 중도진영 지지율이 높은 새보수당이 한국당으로서는 외연 확장의 파트너로 더 적합하다는 평가에서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같은날 한국당에 "한국당이 양당통합협의체를 거부하면 자강의 길을 가겠다"라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한국당은 새보수당의 요구를 바로 수용하고 나섰다.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은 같은날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을 위해 양당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다만 협의체 구성 시기와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양당이 조율해 진행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국당의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참여 역시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한국당은 양당통합협의체와 함께 혁통위에 참여하는 투트랙 전략을 계획 중이다. 우선 양당통합협의체를 통해 통합을 논의해 나가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혁통위를 통해 중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혁통위 내부에서도 양당통합협의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혁통위의 추진 동력 자체가 자칫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혁통위에 참여 중인 한 인사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은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라며 "이를 보고 누가 혁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새보수당에 선 긋기를 하던 황 대표가 안 전 의원의 구애에 실패하자 급한 불 꺼보겠다는 심정으로 새보수당의 손을 잡은 상황"이라며 "새보수당과 함께하지 못하겠다는 집토끼들에게 오히려 더 반발을 사는 역효과를 낼까 우려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