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샀다 오르면 팔아"…양심도 팔아버린 애널리스트 쇠고랑[이슈+]

입력 2020-01-20 15:50
수정 2020-01-20 15:52

개인적인 돈벌이를 위해 공적인 보고서를 내고 수 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증권사 애널리스트(분석가)가 쇠고랑을 찼다. '검은 돈에 양심을 판'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7월 출범한 금융감독원 특법사법경찰(특사경)의 첫 수사에서 덜미가 잡혔다.

20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영기)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39세)를 구속 기소했다. 차명 매입자로 알려진 공범 친구 B씨(39세)도 불구속 기소됐다.

A씨의 수법은 간단했다.

기업탐방 등을 통해 얻은 정보로 분석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는데 보고서를 쓰기 전부터 해당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주식을 매입한 계좌 주인은 A씨의 친구 B씨였다. 보고서가 나가고 시선이 집중돼 주가가 움직이면 장내에서 모두 팔아치워 이득을 챙겼다.

A씨와 B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약 7억6000만원을 챙겼다. 일각에선 부당 이득이 수 십억 원대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애널리스트는 통상 기관(투자법인) 및 증권사 개인고객 등의 자산 증식을 위해 유망 기업을 탐방하고 분석해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에게 이러한 보고서는 꼭 챙겨봐야 할 투자 참고서로 통한다. 부동산 시장의 '공인중개사'와 같은 역할이 애널리스트인 셈이다.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중요 정보를 미리 보고 듣는 경우가 많아서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지적에서 늘 자유롭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과거 5~6년 전에도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미공개 정보를 애널리스트가 몰래 빼돌려 다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에게 흘린 사고가 났었다. 이들끼리 부당한 방식으로 손실을 피했을뿐 아니라 오히려 공매도(주식을 미리 매도)로 부당이득까지 노린 사실이 포착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당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금지 사항을 위반했던 CJ E&M IR팀장과 법인 등 8명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증권사 4곳의 애널리스트 4명과 소속 증권사 법인직원들까지 정직 등 중징계 조치를 요구했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버핏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완전하고 공정하게 기업정보를 알리려고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 등을 금요일 거래소가 문을 닫은 후 자정 전 인터넷에 올린다고 한다.

워런버핏은 주주 서한을 통해 "이렇게 하면 주주와 기타 투자자들은 주요 발표 자료를 적시에 입수할 수 있다"면서 "게다가 주요 내용을 월요일 개장 전까지 충분히 알아내고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앞으로 애널리스트를 믿지 않게 된다면 이들이 '얼굴이자 첫인상'인 증권사가 쌓아올린 신뢰 역시 거품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