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능력이 있지만 ‘그냥 쉰다’는 인구(취업포기자)가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은 고용시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209만2000명으로 1년 새 23만8000명(12.8%) 증가했다. 연간 150만 명대 안팎이던 취업포기자가 최근 3년 새 50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증가율도 8년 만에 최고다. 더구나 은퇴자가 많은 60대 이상(10.3%)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17.3%)와 한창 일할 30대(15.4%), 40대(14.0%), 50대(13.6%) 청·장년의 증가율이 더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고용통계에서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구체적인 사유(육아·가사, 취업 준비 등) 없이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이 외에도 실업자(지난해 106만3000명)와 취업의사가 있고 구직경험도 있지만 일자리를 못 찾아 구직활동을 중단한 구직단념자(53만3000명)도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일자리 한파가 어느 정도인지 이처럼 통계로도 충분히 확인된다. 그런데도 정부가 “고용사정이 개선되고 있다”는 자화자찬만 되풀이하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고용률(15~64세) 역대 최고, 취업자수 30만 명 증가 등 일부 긍정적 지표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고용률이 10년째 상승 추세인 데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대신 ‘세금 알바’를 대폭 늘려 고용률이 높아진 것을 정부의 성과인 양 자랑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나 다름없다.
아직도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다면 고용통계에서 취업포기자, 구직단념자 등이 빠르게 늘어나는 현실부터 철저히 분석해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는 민간의 경제활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결과이자 격차 확대와 암울한 미래에 대한 경고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다 알고 있는데 정부만 눈 감고 귀 막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