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 소득을 복권 수익과 동일한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포착됐다. 해석에 따라 암호화폐 투자에서 손해를 봐도 세금을 내야 할 수 있어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세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내에서 암호화폐를 담당하던 조직이 기존 재산세제과에서 소득세제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재산세제과는 양도세 등을 관리하는 반면 소득세제과는 근로·사업·기타소득을 다루는 조직이다. 따라서 암호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암호화폐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 암호화폐 소득의 22%(소득세 20%, 주민세 2%)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전망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대목은 기타소득의 경우 암호화폐를 매도하고 출금한 금액 전체를 양도금액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다는 것. 예컨대 암호화폐 1000만원어치를 샀다가 50% 손실을 내고 남은 500만원을 출금하는 경우에도 기타소득으로 인식되면 44만원(필요경비율 60% 기준)을 원천징수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세청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이용한 외국인 이용자들의 지난 5년간 암호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 손익에 상관없이 출금액 전체 금액에 22%의 세금을 매겨 800억원대 세금을 추징한 바 있다.
암호화폐 소득에 최대 42%의 고율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타소득은 필요금액을 공제한 소득액이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소득에 합산돼 금액에 따라 최소 6%에서 최대 42%의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 반면 암호화폐 소득이 양도소득으로 분류될 경우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아 순수 거래 차익에 대한 세금만 납부하면 된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뿔이 났다. 알려진 대로 암호화폐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될 경우 암호화폐 업계 위축은 물론이고 암호화폐 자본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7년 정부가 암호화폐 업계 종사자와 투자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시장을 죽여놓았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제화 노력이나 인프라 마련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명목으로 세금부터 걷느냐”라고 호소했다.
암호화폐를 대량 보유한 투자자도 “지나치게 세금이 많이 나오면 한국을 떠날 생각”이라며 “싱가포르, 스위스, 독일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암호화폐를 매도해도 세금이 없거나 매우 적다. 묻지마 세금 추징이 이뤄지면 ‘큰 손’들이 굳이 국내 시장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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