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끝물?…하이일드債 기회 남아있다"

입력 2020-01-20 16:33
수정 2020-01-21 02:53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랠리를 이어가면서 채권시장에 대한 관심은 줄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며 지난해 이어진 채권시장 랠리가 끝났다는 진단도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채권 운용전문가의 시각은 달랐다. 데이비드 미할릭 베어링자산운용 미국 공모채권부문 대표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매우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하이일드채권 시장에는 기회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채권시장에 기회 남아있다

그가 운용하는 ‘베어링글로벌선순위담보채권’ 역외펀드는 운용자산(AUM)이 9억1600만달러(약 1조62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수익률은 13.95%다. 2011년 설정 이후로는 89.53%를 기록했다. 담보가 설정된 선순위 하이일드채권에만 투자해 수익률과 안정성을 모두 추구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재간접펀드로 지난해 선보였다.

그는 올해도 미국 채권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예상했다. 실업률이 낮고, 소비가 견조한 가운데 미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할릭 대표는 “새해 들어 채권 수익률 스프레드(금리차)가 크지 않아 어렵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며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하이일드채권 등의 매력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 누그러지고 기업 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것도 채권 투자에 호재로 꼽힌다. 그는 “신용등급 하락 및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은 낮은 수준일 것”이라며 “설사 디폴트가 일어난다고 해도 에너지, 소매 업종 등 기존에 위험성이 알려진 산업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헬스케어 부문은 변동성이 커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할릭 대표는 “올해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헬스케어”라며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정책이 크게 바뀔 수 있고, 산업이 받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 서비스, 통신 및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좋은 투자 대상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전체 시장으로 보면 많이 올랐지만 개별 종목으로 따지면 저평가된 기업이 남아 있다”고 했다.

현금 창출 능력이 가장 중요

기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지속적으로 현금을 벌어들일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다. 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업이익, 수익모델, 업계 내 입지, 경영진의 역량, 과거 및 미래의 재무 성과, 예상 자본 구조 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각 기업의 펀더멘털과 성장성을 분석해 판단하는 투자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하이일드채권, 투자등급 채권, 이머징 회사 부문 등에서 68명의 애널리스트가 각 기업의 성과를 분석한다”며 “시장의 모든 투자 기회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도록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팀 중심으로 펀드를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베어링글로벌선순위담보채권펀드는 미국과 런던 등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 4명이 함께 운용한다. 미할릭 대표는 “한 명이 결정하는 것보다 다수의 반대 의견까지 들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서 더 나은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그는 “ESG 투자는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지속가능한 투자와 성장을 위해 앞으로도 관련 분야 연구와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