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123층의 꿈' 30년 만에 완성

입력 2020-01-19 17:34
수정 2020-01-20 00:42

2015년 겨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서울 석촌호수 인근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찾았다.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103층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노병용 당시 롯데물산 대표로부터 현황을 보고받았다.

롯데월드타워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555m, 123층 건물이다.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높다. 2017년 문을 연 롯데월드타워에는 신 명예회장의 꿈이 담겨 있다.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프로젝트는 1987년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오랜 꿈을 현실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신 명예회장이 부지를 사고 초고층 빌딩 건설을 결심했을 때 주위의 반대가 심했다. 초고층 건물을 짓는 사업은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들어가는 반면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룹 내 누구도 “세계 최고의 그 무엇이 있어야 외국 관광객을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신 명예회장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도 갈등을 빚었다. 롯데월드타워 구상 당시 신 회장이 “저층에 상가를 넣고 상층부는 주거 시설인 주상복합 빌딩으로 짓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은 쇼핑몰과 호텔, 전망대 등을 타워에 넣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 결과 롯데월드타워는 쇼핑몰과 6성급 고급 호텔인 시그니엘 서울, 오피스텔 시그니엘 레지던스, 전망대 서울스카이를 비롯해 문화 복합시설 포디움 등으로 채우게 됐다. 바로 옆 롯데월드몰과 에비뉴엘에는 면세점과 갤러리, 콘서트홀, 복합 쇼핑몰을 넣었다.

빌딩 디자인도 쉽지 않았다. 1987년 첫 구상 이후 30여 년 동안 지금까지 건물 도면은 총 17번 바뀌었다.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건 2010년에 들어서였다. 공사를 착수하면서 주변 잠실 일대에 교통 체증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롯데는 롯데월드타워를 짓기 전 100억원을 투입해 잠실역 확장 개선 공사를 했다. 2016년 말에는 1255억원을 들여 지하 잠실광역환승센터를 개통했다.

롯데월드타워는 2017년 4월 2일 본격적인 개장을 앞두고 대규모 불꽃쇼를 열었다. 롯데월드타워는 지금까지 1만5000명을 상시 고용하는 효과를 냄과 동시에 연간 4조3000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