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 사태의 주요 원인인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러시아, 미국 서부 등에서 산불이 기승을 부린 것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지금과 같은 (지구온난화) 상황이 이어지면 인류는 계속 재난 현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산불로 가장 넓은 규모의 국토가 불탄 나라는 브라질이다. 브라질 각지에서 발생한 8만 건 이상의 화재로 남한 면적의 세 배 수준인 약 31만8000㎢가 파괴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의 17만㎢에 비해 약 86% 늘어난 수치다. 2012년(39만1000㎢)과 2015년(35만4000㎢)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소실 규모가 컸다.
인도네시아와 러시아에서도 산불로 인한 피해가 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작년 산불 피해 면적이 9420㎢로 집계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산불로 인한 재산 피해 규모는 52억달러(약 6조원)로 추산된다.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두 차례 대형 산불로 산림 약 3만㎢가 소실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매년 가을철 산불이 기승을 부린다. 지난해에는 1052㎢가 화마(火魔)의 영향을 받았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2018년(6880㎢)에 비하면 적었지만,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인근에 화재가 집중된 탓에 재산 피해가 컸다. 미국 기상정보업체 아큐웨더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산불의 직·간접적 재산 피해가 최대 800억달러(약 92조7000억원)로 불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기온이 현재보다 더 높아지면 산불로 인한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영국 기상정보업체 멧오피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구 기온이 2도 더 올라가면 호주에서 매년 산불이 기승을 부리는 기간은 지금보다 한 달 정도 더 길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불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악성 사이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매슈 존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환경과학부 수석연구원은 지난 15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57개 연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 등으로 인해 산불의 강도가 세지고 빈도가 늘어난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산불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다시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