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항일투쟁을 함께했던 '여자 빨치산 혈통' 황순희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새롭게 선정한 '정면돌파전' 노선의 공고화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리설주 여사와 함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며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인 항일혁명투사 황순희 동지의 서거에 즈음하여 1월 17일 고인의 영구를 찾으시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셨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정면돌파전'을 새 노선으로 천명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주민에게 과거 항일빨치산처럼 투쟁하자고 선전을 하고 있으며 황순희를 조문하며 그의 '백두산 정신'을 치켜세웠다.
황순희는 과거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 등과 함께 동북항일연군에서 활동한 '혁명 1세대'의 대표 인물로 올해 100세다.
그는 6·25 전쟁 당시 서울에 처음 입성한 류경수 전 105탱크사단장의 아내로, 이들 부부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숙에 의해 결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인맥과 빨치산 출신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김 위원장은 2017년 조선혁명박물관 시찰 때 휠체어에 탄 황순희를 끌어안는 등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에 안치된 시신 앞에서 추모하고 묵상했으며 유족을 만나 조의를 표했다.
이날 조문에는 박봉주 노동당 부위원장을 비롯해 리만건, 리일환, 최휘, 리병철, 박태덕, 박태성, 김영철, 김형준이 수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추도곡이 장중하게 울리는 장내는 수령님(김일성)을 따라 항일의 혈전 만리를 헤쳐왔으며 장군님(김정일)의 혁명영도를 신념과 의리로 받든 견실한 여성 혁명가, 혁명의 제1세대 노투사인 황순희 동지를 잃은 비애에 휩싸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황순희가) 당의 혁명전통을 옹호 고수하고 빛내며 항일전구에 나래 치던 백두산정신, 자력갱생의 투쟁기풍이 온 사회에 차 넘치도록 하는데 특출한 공적"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황순희는 17일 오전 10시 20분 급성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공동명의로 황순희의 장례를 국장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국가장의위원회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당·정·군 고위간부 70명으로 구성됐다. 발인은 19일이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