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1월 18일 로버트 스콧이 이끄는 영국 탐험대가 천신만고 끝에 남극점에 다다랐다. 그러나 스콧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펄럭이는 노르웨이 국기였다. 노르웨이의 로알 아문센 탐험대가 이미 1911년 12월 14일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했던 것이다.
남극점 정복을 놓고 아문센과 ‘세기의 대결’을 펼친 스콧은 1868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해군에 입대한 그는 1901년부터 1904년까지 영국 해군 함정을 타고 남극해를 탐험했다. 본격적인 남극점 정복에 나선 그는 1910년 6월 1일 테라노바호를 이끌고 남극으로 출발했다. 비슷한 시기에 아문센도 프람호를 타고 남극점으로 향했다.
최초 정복 기록을 아쉽게 놓친 스콧 탐험대는 철수 길에서 악천후를 만났다. 예상 밖의 거센 눈보라와 강력한 추위 앞에 대원들은 하나둘 쓰러져갔다. 1912년 3월 29일, 스콧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같은 해 11월, 구조대가 스콧을 포함한 탐험대의 시신과 그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스콧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준비 부족과 경솔한 판단으로 대원들을 지키지 못한 리더라는 혹평과 함께 마지막까지 영국인의 명예를 지킨 ‘위대한 2인자’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는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