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못돌려줘"…전세금 반환보증사고, 1년 새 4배 증가

입력 2020-01-17 16:37
수정 2020-01-17 18:04

지난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른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동안 4배가 넘게 늘어났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 대표)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 실적은 15만6095건으로 금액으론 30조6444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8년 8만9351건, 19조367억원와 비교하면 건수로는 약 두 배, 금액으론 10조원 넘게 늘어난 규모다.

보증실적이 늘어난 이상으로 보증사고는 증가했다. 작년 전세보증사고는 1630건에 3442억원으로, 전년(372건·792억원)보다 4.4배 가량 늘었다. 보증실적 대비한 사고율도 작년엔 1%를 웃돌았다. 2015년만해도 0.1%도 못미쳤던 사고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는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반환책임을 이행하는 것으로 2013년 9월 출시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SGI서울보증에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정동영 대표가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동안 실적이 크게 늘지 못했지만 2015년이후 급증해 2019년 보증실적은 16만건, 30조원에 달했다. 2015년 이후로는 32만건 65조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물론 대다수의 세입자들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다. 이 경우 집주인이 전세금을 떼먹을 경우 돌려받기가 매우 어렵다. 2018년 기준 전세세와 보증부월세 세입자수는 700만가구에 달한다.

이처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이 늘고 있지만,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폭이 더 큰 게 현실이다. 보증사고가 증가할 경우 정부 부처의 대책마련이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와 산하 공기관인 HUG간 칸막이식 업무와 임대인에 대한 정보 비공개로 인해 이같은 사고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고 정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을 의무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사업자에게는 보증금을 변제할 자본금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 구제를 위해 고의적 보증사고에 대한 강제집행절차 간소화와 긴급 피해자금 지원, 임대인 사고 인지이후 보증보험 가입 허가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594채의 임대주택을 보유한 국내 최대 임대사업자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300여채의 주택을 보유했던 사람역시 지난해 잠적했다. 이들이 보유한 임대주택의 다수가 다세대 빌라이며 거주하는 사람중 다수는 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살던 집을 구매한 후 되팔 수밖에 없게 됐다. 일부 집주인들은 업자와 짜고 주변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가로 세입자를 구하는 등 의도적으로 사고를 내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 대표는 “임대인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행방불명 되는 경우 경매 등을 통해 보증금을 신속하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강제집행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며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과 정보 공개를 강화하는 등 복합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