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레인·육중완이 부르는 전대협 진군가?…'민중가요 콘서트' 바라보는 우려와 논란

입력 2020-01-17 15:40
수정 2020-01-17 15:42

"민족 해방을 위해 뭉쳤다 우리 어깨를 걸고 전대협의 깃발 아래 강철 같은 우리의 대오"

밴드 노브레인과 육중완 밴드가 1만 2000명의 관중 앞에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진군가와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 진군가를 부르게 될까. 다음달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17일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노브레인과 육중완 밴드를 비롯한 대중가수들은 오는 2월 1일 민중가요를 주제로 준비된 '더(The) 청춘'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이번 콘서트에는 앞서 언급됐던 노브레인, 육중완 밴드와 함께 안치환과 자유, 노래를 찾는 사람들, 손병휘, 아카시아, 유성은, 박시환, 우리나라 등이 참여한다.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 관련 노래를 부르는 등 오랫동안 정치적 색채를 띠는 활동을 이어온 그룹이다.

주최 측은 과거 운동권에서 불렀던 민중가요들을 '우리의 청춘을 담은 노래'라고 소개하며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민중가요란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부터 다양한 사회운동에서 불리던 노래의 총칭이다. 주로 진보진영에서 이어온 노래들이 대다수이며 한 때는 이적표현물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단순 콘서트임을 넘어 홍보 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보다 정치적인 색채를 보이고 있다. '민중가요 이야기'라는 주제를 통해 전대협 진군가와 전노협 진군가를 비롯해 동지가, 단투가, 열사가 전사에게 등의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해당 콘서트에서 주로 무대에 올려질 노래들에 대한 가늠이 가는 부분이다.

홍보 차원에서 제작한 릴레이 '인터뷰 영상'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인영 원내대표가 각각 두 번째 여덟 번째 인사로 참여했으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일곱 번째 인사로 참석했다. 노무현재단의 경우 일부 언론사들과 함께 이번 콘서트를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콘서트가 새로운 유형의 문화계 화이트리스트와 같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거 정부처럼 문건으로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시도들 자체가 현 정부의 기조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분명 잘못된 것이고 이로 인해 전 정부 인사들이 많은 법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러한 콘서트를 비롯해 현 정부에서 이어지는 행태를 보면 문건만 없지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계의 경우에도 정권이 바뀐 뒤 지상파에 김어준 씨, 김용민 씨 등 친정부적 인사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라며 "영화계 일각에서도 우려 섞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이제 가요계도 논란에 휩싸이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야권의 한 인사는 "보수정당에 있다고 해서 운동을 안 했던 것이 아니기에 마냥 부정적이지는 않다"면서 "다만 후원을 하는 단체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있고 홍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화 운동에도 좌우가 없었듯이 이러한 콘서트를 진행하는 과정도 통합의 메시지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한쪽 중심으로 진행이 되다 보면 향후 편향성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