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잠시 멈췄지만 유럽연합(EU)과는 계속 으르렁거리고 있다. EU 국가들이 구글 애플 등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IT)업체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려 하자 미국은 보복을 예고했다. 이 와중에 미국은 이란 압박에 유럽 국가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자동차세를 매길 것이라고 협박했다.
미국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과 디지털세를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럽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세의 대상은 아마존, 애플, 구글 등 대부분 미국 기업이다. 돈을 유럽에서 벌면서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게 유럽 국가들의 생각이다.
가장 먼저 나선 나라는 프랑스. 프랑스는 프랑스 매출이 2500만유로 이상인 IT 기업에 총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겠다는 법안을 작년 7월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올해부터 부과하면 매년 4억~6억유로 정도의 세수입을 올릴 것으로 프랑스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자 미국이 발끈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와인 등 프랑스산 제품 24억달러(약 2조7900억원)어치에 최고 10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며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고 공지했다. 향후 수주 내에 관세 적용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미국의 보복에 프랑스도 맞보복을 예고했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미국이 관세로 보복하면 그나마 진행 중인 타협안 논의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미국의 보복 관세 부과 움직임에 EU 차원의 대응을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일부터 디지털세 시행에 들어갔다. 영국은 오는 4월 디지털세를 도입한다. 독일과 스페인 등도 관련 법안 도입을 추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프랑스에 무역 보복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번 갈등이 미국 대 EU 갈등으로 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압박을 위해 대유럽 세금 카드도 꺼내 들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부가 지난주 영국과 프랑스, 독일에 미국의 대(對)이란 압박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관세 보복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유럽 국가들이 이란의 사실상 핵합의 파기와 관련해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이란에 책임을 묻지 않으면 유럽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겠다는 게 미국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WP는 “미국이 EU와의 관계에서 강경 전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