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기근절 대책'은 위헌?…헌재서 공개변론

입력 2020-01-16 17:17
수정 2020-01-17 00:30
“가상화폐 투기를 막기 위해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한 것이다.”(금융위원회)

“법률적 근거 없는 조치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가상화폐 투자자)

16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정부가 2017년 내놓은 ‘가상화폐 투기근절 특별대책’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해당 대책이 투자자들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놓고 뜨거운 공방이 오갔다.

2017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광풍이 불며 투기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위원회는 그해 12월 28일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가상화폐를 거래할 때 실명만 사용하도록 하고,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거래소에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발표 이후 가상화폐 가치가 떨어지자 투자자와 거래소 관계자 등 348명은 “정부가 법률적 근거 없이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고 헌법소원을 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금융위는 시중은행에 협조를 요청한 것일 뿐 강제성이 없어 기본권 침해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측은 “해당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상은 시중은행이지 일반 투자자들이 아니다”며 “은행들이 가상계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의 사회적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자발적으로 정부 대책에 참여하게 된 것이고, 이를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자금세탁 등 불법에 악용될 우려가 큰 가상화폐 가상계좌 사용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헌법소원 청구인이자 대리를 맡은 정희찬 변호사는 정부 조치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아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2018년 1월 1~29일 기존 가상화폐거래소 이용자들은 기존 가상계좌를 이용해 입금이 불가능했다”며 “한 달 동안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에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공권력 행사에 있어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장우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당시 과열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행정조치가 필요했던 것은 맞지만, 보다 점진적인 대책을 통해 기존 시장 참여자들의 자산을 보호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