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사랑을 싣고' 슬리피, 생활고 딛고 홀로서기 성공…"母 용돈 한번 못드려"

입력 2020-01-16 10:17
수정 2020-01-16 10:18


2006년 그룹 ‘언터처블’로 데뷔한 14년 차 래퍼이자 예능인으로 방송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가수 슬리피가 ‘TV는 사랑을 싣고’의 문을 두드렸다. 이날 슬리피는 대학 진학에 실패했던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으로 다니게 된 재수학원에서 만난 수학 선생님을 찾아 나섰다.

이날 슬리피는 1997년 중학교 2학년 때, IMF를 겪으며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부유했던 집안의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고 밝혔다. 가정주부였던 어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고된 주방 일을 시작했고, 슬리피 또한 학창 시절부터 공장과 막노동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쇼핑몰 음식 배달이었다고. 당시 급하게 순두부 배달을 하다 사람들로 가득한 쇼핑몰 한가운데서 뜨거운 음식을 쏟아버렸고, 빨리 치우라며 손가락질을 하던 주위의 시선과 쇼핑을 하던 또래 아이들의 수군거림이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는 것.

어려운 집안과 고된 일 속에서 슬리피에게 유일한 낙은 음악이었다. 그는 가수를 꿈꿨지만, 과연 음악으로 앞가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아들을 걱정했던 어머니는 정 하고 싶으면 먼저 대학에 가라며 처음으로 부탁을 했다는데.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슬리피는 그동안 말없이 본인을 믿어줬던 어머니의 처음 보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자신의 꿈에 전념하기 위한 엄마와의 타협점으로 재수를 택하게 되었다.

일찌감치 공부와 거리를 두고 지냈던 슬리피에게 수학의 재미를 알려준 것은 재수학원에서 만난 수학 선생님, 일명 ‘대빵 선생님’이었다. 유쾌한 말투와 재미있는 수업 방식으로 첫 만남부터 인상 깊었다는 대빵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너무 좋아 교무실을 찾아가면, 선생님은 진심을 담은 조언과 함께 ‘뭐든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는데. 또한 탁 트인 옥상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정사를 털어놓고 꿈과 현실의 길에서 고민하는 슬리피를 격려해주었다고 한다. 슬리피에게 선생님은 집안이 어려워진 후 항상 ‘부재’로 남아 있던 아버지 대신 처음으로 꿈을 응원해주고 관심을 가져준 첫 어른이었던 것.

그 결과 대학에 합격하며 진심으로 기뻐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슬리피. 대학 진학이라는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릴 수 있었던 것도, 엄마와 약속한 대로 대학에 간 후 음악을 마음껏 하면서 훗날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던 것도 바로 ‘대빵 선생님’ 덕분이었다고.

슬리피는 대학에 진학 후 음악 활동에 몰두하며 각고의 노력 끝에 이후 가수로 데뷔했지만 10년간의 긴 무명 시절을 겪으며 생활고를 면치 못했다. 심지어 각종 예능 프로에 출연하며 예능 신인상을 거머쥐던 때에도 어머니에게 용돈 한 번 드릴 수 없었을 만큼 금전적인 어려움에 시달렸던 슬리피. 더불어 소속사와의 갈등까지 겪게 되며 여러 고비를 넘기고 홀로서기를 하게 된 지금, 불안한 미래 속에 견뎌낸 혹독한 재수 시절 그를 다잡아준 인생의 첫 스승, ‘대빵 선생님’이 생각난다는데.

하지만 모두가 선생님을 별명으로만 부른 탓에 성함을 기억하지 못하는 슬리피가 과연 선생님을 만나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을까?슬리피의 인생 첫 스승님 찾기는 17일 금요일 오후 7시 40분 KBS1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hu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