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개 참치 뼈, 10초 제거…참치캔 하루 80만개 생산"

입력 2020-01-16 15:31
수정 2020-01-17 10:36
참치 한 마리에는 평균 277개의 뼈가 있다. 사람의 손으로 이를 발라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

설날을 열흘 앞둔 지난 15일 경남 창원의 동원F&B 참치 공장. 250명의 직원이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참치 해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마산항을 통해 매일 아침 영하 18도로 냉동된 참치 185t이 하역장으로 들어온다. 지난해엔 역대 최대인 5만t의 참치를 가공했다. 이 중 70%가 설과 추석에 팔린다. 80만 개의 선물세트가 쌓인 창고 앞에는 아침부터 박스를 실어나르는 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

참치캔은 식품업계에서 포장김치와 함께 ‘사람의 손이 기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지 못했다. 캔에 쓰이는 참치는 1.8~3.4㎏ 사이의 가다랑어. 어른 팔 길이만 한 크기다. 전처리 작업반 8명은 손으로 내장을 제거하고, 붉은색 뱃살을 잘라낸다. 이렇게 처리된 참치가 스팀 가열을 거치면 250명의 ‘가시처리반’이 투입된다. 이후 채소즙과 카놀라유를 채우고 멸균하면 참치캔이 완성된다.

살코기 바르는 직원 대부분은 10~30년 경력의 40~50대 여성들이다. 신입은 보통 3개월을 못 버티고 떠난다. 한 사람이 하루 9시간 일하며 평균 1000㎏ 안팎을 작업한다. 25년 경력의 한 직원은 “아이와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일한다”며 “가시 발라내는 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의 손재주 덕에 이 공장의 생산성은 38년간 세계 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창원공장 생산성은 미국, 중국, 베트남 등 다른 공장보다 3~5배 높다. 김건학 동원F&B 창원공장장은 “1986년 아시아 최대 참치캔 공장으로 시작한 창원공장은 세계에서 배우러 오는 곳이 됐다”며 “자부심으로 뭉친 400명의 직원과 그들의 기술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동원 참치캔 명절 선물세트는 1984년 추석에 처음 나왔다. 당시 국민소득은 약 2000달러. 참치캔은 개당 1000원으로 비교적 고급이었지만 식용유가 장악한 명절 선물세트 시장을 흔들어놨다. 출시 첫 명절에 30만 세트가 팔렸다. 이때부터 명절 선물세트로 연간 3000억원어치 이상 판매되고 있다. 올해는 기존 노란색 참치캔이 아니라 다양한 패키지로 내놨다. 캐릭터 펭수와 콜라보한 ‘펭수참치’ ‘남극참치’와 세계 10개국 랜드마크가 일러스트로 그려진 ‘아트 콜라보 참치’ 등이다. 그리스 팝아트 작가 마이클 카를로스와 협업한 ‘동원참치 세계를 담다’ 시리즈도 설 선물세트로 선보였다.

창원=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