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초유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도 15일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거래허가제 등은 사유재산권 제한은 물론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초헌법적 규제라고 비판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위헌 소지 많은 반시장 규제”
강기정 수석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이에게는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검토돼 큰 논란을 일으켰던 주택거래허가제 도입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주택거래허가제는 말 그대로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10·29 대책’에서 토지공개념 도입 방침을 밝히고 그 일환으로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여론의 반대에 밀려 보류하고 차선으로 주택거래신고제를 시행했다. 주택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주택거래가 제한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원칙적으로 무주택자에게만 허가하되, 1주택자는 6개월 이내 기존주택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구입을 허가할 수도 있다. 기한 내 매각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거래허가제는 거주이전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초헌법적 규제”라며 “만약 정부가 추진한다면 위헌소송 등 사회적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또 “주택거래허가제는 시장경제 국가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제도 도입 검토는 하지 않은 상태다. 김현미 장관은 최근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부동산과 관련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걸 설명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고강도 대책 또 나오나
전문가들은 강 수석의 주택거래허가제 발언을 두고 그만큼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의지가 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올랐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 정도로 강하게 해야 시장에 먹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출 규제 강화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다수다.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대출을 더 축소(종전 40%에서 20% 내외)하고, 9억~15억원 주택대출은 금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강 수석도 이날 “9억원 초과, 15억원 초과 등 두 단계로 제한을 둔 대출 기준을 더 낮추는 문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공시지가 현실화율(시세반영률) 확대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더 앞당길 수 있다. 종부세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더 낮출 가능성도 있다. 또 주택거래신고제 역할을 하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규제지역이 아니라 전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 재건축 단지 집값 상승을 봉쇄하기 위해 재건축 연한 제한을 강화(현행 30년→40년)할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되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와 1기 신도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등의 재건축이 10년 이상 미뤄지게 된다.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립비율 강화도 추가 대책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서울은 재개발 시 10~15%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데 이를 20~30%로 확대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부동산정책은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반(反)시장적 정책이어서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진석/박재원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