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주요 상장기업에서 희망퇴직 등으로 구조 조정된 인원 규모가 6년 만에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보기술(IT)기업이나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도쿄올림픽 개최 이후 경기침체에 대비해 구조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도쿄상공리서치 집계 결과, 일본 증시 상장기업 중 2019년에 조기퇴직·희망퇴직을 실시한 기업은 35개사였습니다. 이들 35개사에서 시행한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난 인력 규모는 1만1351명에 달했습니다. 2013년(1만782명)이후 6년 만에 희망퇴직 등 조기에 기업을 떠난 규모가 1만명을 웃돌았습니다. 정년을 맞이하기 전에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난 인력 규모는 2018년(4126명)의 3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구조조정을 실시한 상장사수도 2018년 12개에서 지난해 35개로 숫자가 훌쩍 늘었습니다.
일본 상장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2만2950명을 구조조정한 이후 줄곧 ‘조기퇴직’규모를 줄여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기업들의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1000명 이상 희망퇴직 등을 시행한 기업도 후지쓰(2850명),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1500명), 도시바(1410명), 재팬디스플레이(1200명) 등 4개사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단 1개 회사만 1000명 이상 조기퇴직 제도를 시행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입니다. 1000명 이상 구조조정한 상장사 수가 4개나 된 것은 IT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기업이 쓰러졌던 2001년(6개), 2002년(5개)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규모(2005년과 동률)입니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도시바, 재팬디스플레이 등 경영난에 처한 IT기업들의 구조조정 규모가 컸던 점이 우선 눈에 띕니다. 이어 아스테라스제약, 주가이제약 등 제약사들도 인력 구조조정 폭이 컸습니다. 일본 내 약가 개정 및 해외 업체가 개발한 약품의 라이선스 판매 종료 등을 앞두고 미래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회사의 몸집을 줄였다는 설명입니다.
업황 악화로 기존 사업을 재검토하는 회사가 늘어난 점도 조기퇴직이 늘어난 배경입니다. 백화점 업체인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는 올 3월 폐점 예정인 니가타 미쓰코시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지원제도를 위해 67억엔(약 705억원)의 특별손실을 계상했습니다.
조기·희망퇴직 대상으로는 1988~1992년에 입사한 거품세대를 포함해 40대 후반~50대 초반이 주를 이뤘습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종신고용의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조직에 칼을 대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우수인력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없지는 않지만 현재의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거나, 도쿄 올림픽 이후 경기후퇴에 대비하려는 의도라는 게 마이니치신문의 분석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와 커지는 경기둔화 조짐은 변화에 둔감하고, 사람을 자르는데 소극적이었던 일본 기업의 문화마저도 빠르게 바꿔가는 모습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