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임원 선거가 끝나면 큰 한 판이 벌어질 것 같다. 지금은 투쟁 의지를 높여야 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임명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에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고 발언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자진사퇴와 임명 철회를 요구했던 기업은행 노조가 이번 주부터는 '책임 있는 사과'로 수위를 낮춘 상황에서 대통령이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행장은 15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 대신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했다. 임명 13일째다. 노조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지난 7일 이후 일주일 넘게 본점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노조원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본점 1층에서 낙하산 임명 반대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전날 있었던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언급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은 정부가 투자한 국책은행이면서 정책금융기관으로 일종의 공공기관"이라며 "우리가 변화가 필요하면 (행장을) 외부에서 수혈하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한다"고 말했다.
또 "윤 행장이 자격이 미달되는 인사라면 모르겠는데 경제·금융 분야에 종사했고 우리 정부 때 경제수석을 하고 IMF 상임이사까지 역임했다"며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되는 바가 없다.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veto·사안에 대한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강조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청와대가 윤 행장을 임명하면서 낙하산이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낙하산에 대한 기준을 바꾼 것일 뿐"이라며 "이런 논리라면 박근혜 정권이 앉히려 했던 허경욱 전 기재부 차관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문제 될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 전 차관의 경력은 윤 행장과 비슷했고, 현 전 수석은 은행(KB국민은행 전신인 한국주택은행) 출신으로 경험도 풍부했다"며 "그때는 낙하산이라고 비판했으면서 지금은 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과거의 말들이 한낮 정치공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노조는 다음 주 임원 선거가 끝나는 한국노총 집행부와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동반 투쟁에 나설 경우 투쟁 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 있는 사과'라는 기존 논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 새 집행부가 동반 투쟁에 나설 경우 사태 수습은 더 어려워지고 갈등은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제1노총' 자리를 내준 한국노총 입장에서도 첫 번째 투쟁부터 밀리는 모습을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노조가 투쟁 의지를 높임에 따라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을 위해서라도 양측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