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보수통합 … 황교안 '러브콜'에 안철수 '노땡큐' 선긋기

입력 2020-01-15 11:31
수정 2020-01-15 11:41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현재 진행 중인 보수통합 논의에 선을 그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정치공학적 통합 논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한 것.

지난 14일 안 전 대표의 측근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최근 야권통합 논의에 대한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을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의 입장을 대변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안 전 대표는 이미 정치 재개의 이유와 목표를 확실하게 밝힌 바 있다"면서 "여의도 정치를 쇄신해서 사회통합과 국가혁신 과제를 이뤄내자는 것이 안 전 대표가 돌아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권 통합은 세력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라며 "대한민국을 반으로 쪼개 좌우 진영대결을 펼치자는 통합논의는 새로운 흐름과는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전 비서실장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나라가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국가혁신을 위한 인식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면서 "정치공학적인 통합 논의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전해왔다.

이는 안 전 대표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는 통합 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수통합 논의 이후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힌 그날에도 황 대표는 인천시당 신년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가)와서 자유우파 대통합에 역할을 해주셨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또 전날 오후 KBS '뉴스9'에 출연해 "안 전 대표도 통합논의로 들어오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초기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없었지만 이제 간접적이지만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통합을 둘러싼 황 대표와 안 전 대표 측의 온도차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전 대표의 신당창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 귀국 후 신당창당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안 전 대표의 귀국은 다음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주일이면 신당창당이 가능하고, 안 전 대표는 창당할 수 있는 조건과 역량을 다 갖춘 인물로 '안철수' 이름 석 자가 당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창당한 정당 △새정치연합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등을 거론하며, 일관성이 중시되는 최근 정치흐름에서 잦은 창당은 국민신뢰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안 전 대표의 '보수통합 선긋기'에 대해 "스스로 자신의 보폭을 좁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안 전 대표의 발언을 보면서 저는 '참 안 변한다'고 느꼈다"면서 "정치에는 공학이 없으면 안 된다. 안 전 대표가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공학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