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공매도가 끌어올리는 뉴욕 증시

입력 2020-01-15 09:02
수정 2020-01-15 09:08

지난 며칠간 뉴욕 증시의 가장 뜨거운 주식은 비욘드미트입니다. 지난해 5월2일 주당 25달러에 상장한 뒤 두달여 만에 주당 239달러까지 올라 800% 상승 기록을 세웠던 이 주식은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주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었습니다.

하지만 올들어 다시 급등세를 타고 있습니다.

올 초 70달러대이던 주가는 14일(현지시간) 117.05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이날 장중 135.1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일 맥도날드사가 비욘드 미트의 식물성 고기를 넣은 버거를 시험 판매하는 매장을 52개로 확대한다고 밝힌 뒤 급등한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비욘드미트의 상승 뒤에는 실적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가장 큰 상승 동력은 공매도 세력의 '숏스퀴즈'(short squeeze)"라고 말했습니다.

비욘드미트는 헤지펀드들의 '공매도가 많은 주식 상위'에 항상 올랐던 회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맥도날드 발 뉴스로 주가가 치솟기 시작하자, 헤지펀드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마구 사들이기 시작한 겁니다.

공매도를 투자전략으로 삼아온 헤지펀드들은 최근 커다란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공매도의 주요 공략 대상이던 애플, 테슬라 등이 수개월간 두세배 씩 급등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숏스퀴즈는 이들 주식의 주가를 더욱 치솟게 만들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대표적입니다. 테슬라의 주가는 14일에도 13.6% 급등해 537.9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중국 공장 완공 및 모델3 수요 증가 등 펀더멘털의 변화도 있지만, 숏스퀴즈에 나선 공매도 세력이 주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테슬라를 공매도한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에만 15억달러 가량을 날렸고, 2016년 이후 누적적으로 115억달러 손실을 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에서 공개시장 조작을 담당하는 뉴욕연방은행(Fed)은 이날 2월4일부터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운용에 쓰던 금액을 하루 1200억달러로 유지하되, 기간물 레포의 한도는 35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50억달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레포 금리 급등을 막기위해 대폭 늘렸던 금액을 이제 조금씩 줄여나가려는 노력입니다.

뉴욕Fed가 이날 오후에 뉴스를 발표하면서 주요 지수는 순간 급락했습니다. 오전장 상승하던 지수가 결국 보합세로 마감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Fed가 레포 시장에 쏟아부은 돈은 이른바 '가벼운 양적완화(Light-QE)'로 불리면서 증시 상승의 강력한 배경으로 지목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월가는 자신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크게 늘어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려다 실패했듯이, 쉽게 레포 운용액 등 유동성 공급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월가에선 최소 올 여름, 혹은 올 11월 대선 이전까지는 Fed가 레포 운용을 의미있는 수준까지 줄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이 출렁댈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치적 포화를 Fed가 감당해내기 어렵겠지요.

오늘 월스트리트저널은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실었습니다.

Fed가 레포 시장의 안정을 위해 헤지펀드에게 바로 돈을 빌려주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동안은 프라임 브로커, 즉 소수의 대형 은행을 통해서만 레포 운용을 해왔는데 이런 프라임 브로커의 고객들과 Fed가 직접 거래한다는 것이죠. 대형 은행들이 돈을 움켜쥐고 풀지 않고 있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다만 이렇게되면 헤지펀드의 공매도 등 레버리지 투자에 Fed가 직접 자금을 대는 꼴이 됩니다. 또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억만장자들이 많은 만큼 부자들의 투기에 Fed가 도움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Fed는 레포 시장의 불안을 방치할 수 없습니다.

오는 11월 대선에의 영향뿐 아니라, 통화정책의 수단인 기준금리를 지켜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헤지펀드에 돈을 직접 대는 방안까지 내부에서 연구하는 것이지요. 유동성 부족으로 뉴욕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듯 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