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車, 1500억에 英 어라이벌 인수

입력 2020-01-14 17:44
수정 2020-01-15 06:47
▶마켓인사이트 1월 14일 오후 4시25분

현대자동차가 영국 스마트 전기자동차 제조회사 어라이벌을 인수한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자동차업체를 사들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어라이벌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가격은 15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미래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략적 지분 투자를 주로 해온 현대차가 보폭을 넓혀 본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라이벌은 2015년 러시아 사업가 데니스 스베르들로프가 영국에 설립한 전기상용차 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전기차에 쓰이는 전기 배터리, 모터와 함께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에 6년간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는 전기완성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유럽 전기상용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지분 투자서 기업 인수로
미래車 시장 선점 나선 현대車

현대자동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앱티브(APTIV)와 공동으로 4조8000억원 규모 합작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영국 스마트 전기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어라이벌을 사들이기로 했다.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9년 만의 기업 인수 사례다. 해외 자동차업체 인수는 창사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는 2017년 이후 10여 건의 전략적 투자를 해왔다. 싱가포르 차량공유업체 그랩, 인도 차량호출 서비스업체 올라,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업체 리막오토모빌리, 독일의 초고속 충전업체 아이오니티 등이 현대차가 투자한 회사들이다. 이번 어라이벌 인수는 현대차의 투자 전략이 소수 지분 인수에서 벗어나 기업 인수로 바뀌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구글, 우버, 소니 등 다른 업종 기업까지 자동차 관련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며 “현대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과거와 달리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을 새로운 비전으로 내걸고 변화를 예고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개인용 비행체(PAV), 전기수직이착륙기 등을 아우르는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2025년까지 6년간 미래 사업 분야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어라이벌 인수는 이런 변화를 위한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어라이벌은 영국 현지에서 주목하는 유망 스타트업이다. 소셜미디어(SNS) 링크트인이 지난해 선정한 ‘영국 유망 스타트업 톱 25’에 이름을 올렸다.

어라이벌은 2017년 영국 우편·택배업체 로열메일과 공동으로 전기 우편배송차를 제작했다. 2018년에는 글로벌 물류업체 UPS와 협력해 전기 택배차를 만들기도 했다. 글로벌 물류회사 DHL 등과도 협력하고 있으며, 영국 유통업체 존루이스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주로 물류 관련 사업에 투입되는 전기 상용차 연구 및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