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약가인하 정책 펼치는 중국

입력 2020-01-14 15:02
수정 2020-01-14 15:06
중국은 2018년 말부터 정부 주도로 강력한 약가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국 단위의 주요 의약품 대량구매 가격협상 위원회 설립(2018년 12월), 과잉 소비되고 있는 의약품에 대한 모니터링 제도 시행(2019년 7월)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왜 이렇게 약가 인하에 목을 매고 있을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약가 인하로 제약산업에 대한 지출을 줄이겠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중국의 제약산업은 약 100조원 규모인데 이 중 80~90%는 복제의약품 및 중국 전통의약품에 쓰이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 비중은 나머지 10~2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도 선진국에서는 그다지 사용되지 않는 오래된 의약품 위주다.

중국 제약사들은 이 같은 약을 비싼 가격에 팔면서 초과 이윤을 내고 있다. 일부 약품의 중국 내 가격은 한국이나 인도에 비해 몇 배나 비싼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 제약사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더 좋은 약을 다른 회사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고 이윤을 창출하기보다 의사나 약사에 대한 로비로 오래된 약을 비싸게 판매하는 전략을 택한 탓이다. 그러다 보니 옥시라세탐 등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약품의 매출이 1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런 약품들은 약효가 없거나 부작용 때문에 선진시장에서는 판매 허가가 나지 않거나 판매금액이 매우 적다.

중국 제약사들이 이런 유통 위주의 전략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외국 제약사의 중국 진입을 막는 보호무역주의, 의사들에 대한 저임금 정책,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신약허가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과도한 통제와 정책 위주의 접근은 산업의 자연스러운 발전과 소비자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메스를 대기 시작하면서 제약사들의 주가에도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2018년 말 주요 제약사인 CSPC, 헝뤠이, 사이노바이오팜, 포선제약 등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지만 약가 인하 정책이 이들의 단기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초 반등하기도 했다. 이달 두 번째 대량구매 약품에 대한 단가 협상을 앞두고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에 포함된 약품은 멧포민 등 당뇨약을 비롯해 항암제, 고혈압약, 항생제 등 33종이다. 2018년(28종)보다 5종 많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고품질 의약품에 대한 소비를 늘리겠다는 뚜렷한 방향성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수한 신약을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시장에 들여올 준비가 된 제약사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