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156' 국방연구원서, 70만 팔로워 홀린 ‘콘텐츠 리더’로

입력 2020-01-13 16:41
수정 2020-01-13 17:24


올블랑(ALLBLANC)은 스포츠스타트업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까지 40여만 명이던 유튜브 올블랑 채널 구독자 수는 13일 기준 70만명이 넘는다. ‘홈 트레이닝’을 알려주는 국내 피트니스 관련 채널 중에선 독보적인 구독자 수다.

여주엽 올블랑 대표(35)는 이 젊은 기업을 이끄는 리더다. 직장인이던 그는 같이 몸을 만들던 동료들과 2017년 회사를 차렸다. 그는 “BTS(방탄소년단)처럼 올블랑도 외국에서 유튜브로 관심을 끌다 한국으로 인기가 넘어왔다는 게 비슷하다”며 “구독자 80%가 외국인”이라고 전했다.

출연하는 피트니스 모델은 대다수 한국인이지만 영상 안에 이미지로 제공하는 자막 등은 거의 다 영어다. “전체 조회 수 중 약 10%가 미국, 나머지는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등에서 우리 영상을 많이 본다”는 게 여 대표의 말이다.

한옥이나 찜질방 등 외국인들에게 호기심을 일으키는 배경으로 영상을 찍어 주목도를 높이는 것도 올블랑만의 차별점이다. 대화가 없고 음악과 자막 설명으로만 이뤄져 있어 운동 동작을 따라하기 쉽다. 올블랑이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이동통신 산업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했을 때 넷플릭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관심을 받은 배경이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과 콘텐츠 계약을 맺고 기내 스트레칭 영상을 촬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과도 다양한 사업을 연계 중이다.

여 대표는 "이전까진 홈 트레이닝이 단순하게 동작을 알려주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지금은 '콘텐츠'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영상 촬영 뒷 이야기, 촬영 장소 소개 등의 영상을 따로 올려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했다.

"전문 체육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올블랑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고 말한 여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지능지수(IQ) 156의 멘사회원이면서 서울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과에서 공부한 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피트니스는 건강 때문에 시작했다. 여 대표는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다보니 자세가 틀어지는 등 몸이 많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한 잡지사에서 주최한 직장인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했다. 참가자 2600명 중 30명만 참가하는 본선에 든 것이 계기가 됐다. 지금의 동료들도 모두 그때 만났다. 여 대표를 비롯한 임원 모두가 '몸짱'인 이유다. 영상에 직접 출연할 정도로 몸이 다부지다. 여 대표는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2017년말 사표를 내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료들도 나를 믿고 함께 사업에 참여했다"며 "처음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영상을 올렸는데 초 단위로 댓글이 달렸고 그때 우리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올블랑의 다음 목표는 '스포츠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올블랑은 최근 동네 피트니스를 대관해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올블랑핏' 운영을 시작했다. 여 대표는 "새해엔 올블랑 콘텐츠를 이용해 커머스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에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되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