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피해 ‘다주택자여도 최대 15억원 한도로 전세자금대출을 해준다’는 은행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최근 온라인 등을 중심으로 다주택자를 겨냥한 전세자금대출을 홍보하고 있다. 홍보 문구는 자극적이다. ‘다주택자 가능’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빌려준다’는 식이다.
이 상품은 다주택자여도 현재 대출잔액이 남아있는 게 없다면 무보증 신용대출로 빌려주는 형태다. 일반 전세자금대출과 달리 보증서 담보가 필요없다. 대신 임차보증금 반환채권 설정이 필요하다. 임차인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집주인에게 준 보증금에 대한 채권을 전북은행이 먼저 행사하는 구조다. 무보증 신용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 등에 비해 리스크가 높다. 이 상품의 대출금리는 연 3.73~5.03%다.
이 상품 구조는 일반적이지 않아 금융당국의 전세자금대출 규제에서 빠져 있다. 이 같은 대출상품은 전북은행, 기업은행, 수협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다. 전북은행에선 이 방식으로 지난달 말까지 1095억원가량의 대출이 실행됐다.
금융당국도 전북은행의 이런 대출상품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무보증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추가 규제를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방은행이어서 전국적인 영향력이 크지는 않지만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한 상품 홍보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이 막힌 것을 교묘하게 우회해 ‘우리는 해준다’며 대출을 조장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경우 전세대출보증이 막혔다. 보증부 대출이 차단된 것이다.
전북은행 측은 “규제에 저촉받는 상품은 아니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반영할 것”이라며 “대출한도는 전세보증금의 80%까지 가능하지만 감정가격의 60%를 초과하거나 5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에 대해선 본부에서 심사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홍보와 관련해선 “전북은행 직원이나 대출모집인이 한 게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대출상품 홍보를 전북은행 직원이나 대출모집인이 아닌 일반인이 하는 게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