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학연구센터, 피란수도와 개항기 역사 조명 연구서 발간

입력 2020-01-13 12:57
피란수도 부산의 주거환경과 삶의 기억들
부산학연구센터 연구총서, 피란수도와 개항기 역사 조명
피란수도 부산의 주거환경』,『개항기 일본인의 부산이주와 경제적 지 배』발간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는 13일 부산학 연구총서 시리즈 두 번째와 세 번째로 ‘피란수도 부산의 주거환경’과 ‘개항기 일본인의 부산이주와 경제적 지배’를 각각 발간했다.



‘피란수도 부산의 주거환경’은 피란수도 부산의 주거환경을 다뤘다. 피란기에 형성된 주택구조, 주거여건, 마을환경 등 피란수도 부산의 다양한 공간적 모습을 담았다. 연구책임을 맡은 유재우 부산대(건축학과) 교수팀이 현재의 부산과 과거의 부산이 어떠한 공간적 연계를 갖고 있는가를 살필 목적으로 피란수도 부산의 주거공간과 삶의 기억들을 되짚었다.

한국전쟁 시기 부산에는 피란민들이 몰려 왔고, 항만과 부두로는 외래 물자와 문화가 들어왔다. 당시 부산은 사람과 물자, 생존과 문화가 교차하는 풍경을 이뤘다.

당시 피란민들은 움막, 천막집, 판잣집 등을 만들어 생활했다. 피란민들은 피란공간을 전쟁이 끝나면 떠날, 임시 공간으로 여기고 큰 기술 없이 종이, 깡통, 천막, 가마니, 판재, 각목 등으로 좁은 땅에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당시 부산은 피란수도가 됨에 따라 피란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실시됐으나 주택공급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았다.

책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기록됐던 피란민 주택유형과 주택기술을 정리하고 피란민의 의식주 등 생활상을 추적했다. 여기에 피란수도 피란정부의 주택정책과 주택공급, 피란민으로 인한 주거지 변화 등도 살펴보고 있다.

최근 부산시는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주제로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은 세계에서도 희귀한 피란수도이자 피란주거지 유산을 갖고 있다.

유 교수는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피란수도 부산의 주거환경과 생활상을 살려내는 작업은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고 도시의 기억을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경색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김대래 신라대(경제금융전공) 교수가 작업한 ‘개항기 일본인의 부산 이주와 경제적 지배’라는 책자도 눈에 띈다. 이 책은 개항 이후 일본인 이주와 자본이동을 통한 부산에 대한 경제적 지배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지역사회에 어떻게 경제적으로 스며들고 구조화되어 왔는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부산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항된 개항장으로, 새로운 문물이 부산을 통해 밀려왔지만 부산 사람들은 그 문물을 기반으로 자립적 성장을 하지 못했다. 개항과 함께 부산과 일본 간에 사람과 물자 이동이 급증했지만, 그 어느 지역보다 일본의 뿌리가 깊었던 부산은 일본인의 압도 속에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책은 그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있다. 먼저 개항기 부산항의 무역과 부산항 상권에 대한 조망을 통해 일본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일본인 주도의 상권이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했다. 또한 부산으로 이주하는 일본인을 위한 정책과 제도, 정치적 압력을 살펴보고 일본 상인들의 약탈적 축적도 분석했다. 부산으로 이주한 일본인의 추이와 일본원적지, 이들의 부산에서의 직업변천을 통해 일본인 이주사회의 성격도 살피고 있다. 부산에서 성장한 일본인 사회와 상업회의소, 이에 대한 대응으로 형성된 한국인 상업단체도 비교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개항기 부산의 회사와 공장에서 한국인이 어떻게 배제되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김대래 교수는 “개항 이후 부산의 경제는 밀려오는 일본인과 이에 대응하는 한국인들의 경제활동들이 충돌하고 얽히면서 만들어졌다”며 “이 책이 오늘날 부산경제의 근대적 시원이자 굴곡의 출발선이 되는 개항기 부산의 경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