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말할 곳이 없어서
그래도 꼭 한마디 하고 싶어서
지나가는 아이 반짝이는 뒤통수에다
사랑해 ㅡ 속으로 말했다 그러자
아이가 쓱쓱 자라며 골목 끝으로 사라진다
시집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창비) 中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읽으며 새해를 맞았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사랑과 감사가 넘치도록 새해 새날은 한겨울에 오나 봅니다. 1월에는 누구에게라도 덕담 한마디 하고 싶어지네요. 화학 반응이 일어나기 좋은 때엔 한마디 말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모르죠. 그 와중에 후후 입김 불어가며 걸어가는 아이가 보입니다. 그 아이 뒤통수에 대고 “사랑해”라고 말해보고 싶어집니다. 아이가 쓱쓱 자라서 골목으로 사라지겠지요. “사랑해”라는 말은 아이를 쑥쑥 자라게 하지 않고 쓱쓱 자라게 합니다. 아침 골목이 반짝이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아마 이 겨울은 아이들 때문에 외롭지 않을 거예요.
이소연 <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