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8명의 연구원이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총 36개 부문 중 12개 부문에서 1위 자리가 바뀌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애널리스트 경력 2년 차인 신예들도 포함돼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10회 이상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터줏대감’들의 입지도 굳건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리서치센터(1위)와 법인영업 부문(1위)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며 작년 상반기 신한금융투자에 내줬던 ‘베스트 증권사’ 대상 자리를 탈환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한 증권사에 오르기도 했다.
2년 차에 1위 오른 무서운 신예들
한국경제신문사 자매지인 한경비즈니스는 1999년부터 국내 연기금·자산운용사·은행·보험사 등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베스트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를 선정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상반기(1017명)보다 24명 늘어난 1041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했다.
이번 조사에선 경력 2년 차에 불과한 신예들이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부문의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과 섬유·패션 부문의 하누리 KB증권 연구원이 그 주인공이다. 1989년생인 김 연구원은 이번에 선정된 베스트 애널리스트 가운데 최연소다.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키움증권에서 보조연구원(RA)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2018년 정식 애널리스트가 됐다. 1988년생인 하 연구원은 영국 런던 카스경영대를 나와 2018년부터 KB증권에서 일하고 있다.
총 8개 부문에서 새로운 얼굴이 1위의 영예를 안았다. 반도체 부문에서 활약 중인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남들보다 업무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해 잠을 줄이고 휴가도 가지 않는 등 업무에만 몰두했다”고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고려대 파이낸스 MBA 과정을 수석 졸업했으며 올해 애널리스트 6년 차다.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10회 이상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장기 집권 중인 터줏대감도 적지 않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11회)과 거시경제·금리 부문의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16회)이 대표적이다. 윤 센터장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센터장으로 승진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부문별 2관왕이 모두 4명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가전·전기전자, LCD·디스플레이),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투자전략, 글로벌투자전략),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데일리시황, 파생상품),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유통, 교육·생활소비재)이다. 박 연구원은 11회 연속 2관왕을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새로 신설된 원자재 부문에선 경력 14년 차의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2008년부터 12년간 정유화학 부문에서 활약했다.
하나금투, ‘돈 버는 리서치’로 변신
하나금융투자는 가장 많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을 뿐 아니라 6개월 만에 베스트 증권사 왕좌도 되찾았다. 총 36개 중 절반인 18개 부문에서 하나금융투자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1위를 석권했다. 유일한 팀제 평가 부문인 스몰캡 1위도 하나금융투자 코스닥벤처팀(팀장 이정기)의 몫이었다. 2위를 차지한 부문도 8개나 된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조용준 센터장의 지휘 아래 총 68명의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분석과 매크로·투자전략 등 분야별로 고른 성과를 냈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은 4년 전 취임한 이후 애널리스트들을 수시로 만나 챙기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 쓰는 부서로 인식되던 리서치센터가 경쟁력 있는 투자 상품을 내놓고 자문 수수료로만 28억원을 벌어들이는 등 수익 부서로 변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베스트 증권사 최우수상은 신한금융투자, 우수상은 NH투자증권이 각각 차지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리서치센터의 경쟁력을 높인 증권사에 수여하는 ‘리서치 혁신상’은 KB증권에 돌아갔다. 전년 대비 순위가 빠르게 상승한 증권사에 주는 ‘골든불상’은 유안타증권이 받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