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
야당인 중국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은 11일 가오슝시 선거운동 본부 앞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차이잉원 총통에게 방금 당선 축하 전화를 했다"며 "선거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혔다.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막바지 개표 작업이 진행 중인 오후 8시 54분(현지시간) 기준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인 차이 총통이 801만5014표를 얻어 539만6602표를 얻은 한궈위 시장을 261만여 표 차이로 앞서가고 있다.
차이 총통의 재기를 도와준 것은 역설적으로 앙숙인 중국이다. 대만 국민들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탈중국'을 외치는 차이 총통에게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렸다.
2018년 11월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차이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참패했다. 민진당은 22개 현·시장 자리 중 6개를 얻는 데 그쳤고, 야당인 국민당이 15곳이나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중국이 대만을 자극하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차이 총통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중국이 그를 밀어내기 위해 군사·경제·외교 등 전방위로 몰아붙이다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월 "무력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대만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중국 전투기들은 대만 해협 상공의 중간선을 넘어들어갔고, 지난 11월 17일에는 중국 제1호 자국 항공모함이 항모전단을 이끌고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무력시위를 했다.
이때 차이 총통은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며 주권과 민주주의 수호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당시 차이 총통은 "국토와 주권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굳건히 지키고 양보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외교적 고립 전략을 가속화한 것도 민심을 자극했다. 중국 정부는 자본을 앞세워 대만 수교국에 외교 관계를 끊으라고 회유하는 전략을 썼고 2016년 차이 총통 취임 후 7개국이 대만과 단교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본토 주민의 대만 자유여행을 금지하는 경제적 보복 조치까지 동원해 대만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홍콩시위사태도 차이 총통의 지지율을 확고하게 굳혀주는 계기가 됐다. 8개월째 지속된 홍콩시위로 대만에서는 "우리도 홍콩처럼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됐고 이는 차이 총통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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