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동차 내수 시장에서 '국민 트럭'이라는 별명을 보유한 현대자동차의 소형 트럭 '포터'와 기아자동차의 '봉고'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판매량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1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포터는 지난해 9만8525대를 판매하며 3위에 랭크됐다. 2위 쏘나타와의 격차는 1478대에 불과했다. 2018년과 비교해서는 약 1%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의 전체 판매량이 총 792만812대로 전년보다 3.8% 감소한 것과는 다른 추세다.
포터는 2016년 9만6950대가 판매되며 처음으로 내수 판매 1위에 올랐고, 2017년 사상 처음으로 10만대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 2018년에는 9만7995대가 판매됐다. 연식 변경 외 신모델 출시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터의 판매량 증가는 경기 불황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차명인 '포터(Porter)'는 영어로 '짐꾼'을 뜻한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 오르는 산악인들을 돕는 일꾼들을 칭하는 단어로는 '셰르파'와 '포터'가 사용된다. 영국 등 일부 유럽 지역에서도 항만 혹은 기차역에서 화물 등의 짐을 나르는 일꾼들을 포터라고 부른다. 국내에서 포터를 구매해 생업 전선에 뛰어든 소비자들에게도 포터는 그 이름처럼 짐꾼 역할을 톡톡히 한다.
기아차의 소형 트럭 봉고는 포터보다 판매 증가가 더 뚜렷했다. 봉고는 2018년 4만4939대에서 지난해 5만9017대로 판매량이 무려 31%나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포터보다 가격이 더 저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가격대는 포터의 경우 1664만원에서 2276만원에, 봉고는 1529원에서 2219만원에 책정돼 있다.
봉고의 이름에 대해서는 가봉의 전 대통령이었던 오마르 봉고의 이름에서 따 왔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봉고는 1980년 국내에 처음 출시됐을 때 당시 기아산업(현 기아자동차)과 기술 제휴를 맺었던 일본 마쓰다 공업의 차량 '마쓰다 봉고'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마쓰다가 봉고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마쓰다 공업이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야생 영양 '봉고'에서 이름을 따왔을 것으로 추측했다. 당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아프리카 등 제 3세계로 진출하기 위해 현지에 서식하는 동물의 이름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서 케냐에 분포해 있는 봉고는 산림에 사는 영양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크고 힘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한 구동력을 자랑하고픈 자동차 회사들에게 봉고의 이러한 특성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꼈을 법하다.
봉고는 포터와 차체를 공유하는 모델로 외부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제원이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터는 지난해 전년대비 판매량이 1% 증가한 반면 봉고가 무려 31%나 증가했다. 두 모델 중에서도 더 저렴한 봉고를 선택하는 비율이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민들이 소형 트럭 구매 시 신차보다 중고차를 먼저 고려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자동차 시장이 점점 쪼그라드는 것과는 반대로 포터와 봉고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경기 불황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베이비부머의 명예퇴직 시기가 도래하고 조기 퇴직자가 늘어난 점이 포터와 봉고의 판매량 증가를 이끈 요인으로 보고 있다. 취업이 어려운 20~30대 젊은 창업자들이 소규모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늘면서 두 소형 트럭의 판매 증가세가 당분간 견고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