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가 다음주부터 3% 안팎 오른다. 인상 폭과 시점을 놓고 두 달가량 이어진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줄다리기가 마무리되면서다. 당초 5%대 인상을 추진했던 보험회사들은 인상률을 낮추는 조건으로 정부의 ‘허락’을 어렵사리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회사들은 다음주 중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기로 하고, 전산 반영 등 내부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인상률은 평균 3%대로 가닥이 잡혔다. 시장점유율 빅4(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가 먼저 가격을 올리고 중하위권 업체들이 뒤따라갈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의 대규모 적자 탓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지만, 어찌됐든 소비자 부담은 무거워졌다. 전문가들은 “가입자 일부만 활용하고 있는 각종 할인 특약을 꼼꼼히 챙기면 보험료를 최대한 아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유독 진통 심했던 車보험료 인상
자동차보험료는 2001년 완전 가격자유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의 간접 통제를 받고 있다. 차를 갖고 있으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특성상 보험상품 중 유일하게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있어서다. A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험료를 조정할 때마다 정부의 눈치를 보긴 했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유독 심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약 1조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최저임금·정비수가 인상, 노동가동연한 상향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업체별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의 비중)은 90~100%까지 치솟아 손익분기점(통상 78~80%)을 넘긴 지 오래다. B화재 관계자는 “매일 가만히 있어도 적자가 쌓이는 상태라 자동차보험 담당 부서 분위기가 냉랭하다”고 했다.
보험회사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보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는 돈’을 막겠다며 보험금 지급 심사를 깐깐하게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인상을 자제하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금융위의 일침 “자구노력이 먼저”
주요 업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의뢰했다. 가격 인상의 근거를 검증받기 위해 관례적으로 거치는 절차다. 그러나 보통 2주면 도착하던 회신이 2개월 넘게 오지 않았다. 업계는 정부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최근 기다리다 못한 한 업체가 3% 가격 인상을 강행했다가, 당국의 제지로 당일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금융당국도 할 말은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회사들이 적자를 가입자에 떠넘기는 손쉬운 방법만 쓰기에 앞서 경영상 자구노력을 다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업비를 대규모로 써가며 출혈경쟁을 벌이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다만 보험회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대규모 적자를 방치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업계가 들고 온 ‘3% 인상’이라는 절충안을 금융당국이 눈감아주기로 한 이유다.
○내 보험료, 어떻게 낮출 수 있나
인상된 보험료는 신규 가입자와 더불어 2월 중순부터 자동차보험 만기가 돌아오는 갱신 가입자에도 적용된다. 보험회사들이 운영 중인 할인제도를 알차게 활용하면 보험료를 30% 안팎 줄일 수 있다.
기본 중의 기본은 설계사를 통하지 말고 다이렉트(인터넷·스마트폰)로 가입하고, 마일리지·블랙박스 특약부터 넣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방법인데도 중장년층은 의외로 잘 활용하지 않는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 자동차보험을 다이렉트로 가입한 비중이 30대는 45.8%지만 50~60대는 16.4%에 그쳤다. 마일리지 특약은 주행거리가 짧을 수록 최대 35%, 블랙박스 특약은 차에 블랙박스를 달았으면 1~4%를 할인해 준다. 두 특약도 가입자의 절반 정도만 활용하고 있다.
업체별 이색 할인제도를 활용하면 10% 안팎을 더 아낄 수 있다. 삼성화재는 만보기 걸음 수, KB손해보험은 대중교통 이용실적에 따른 할인 특약이 있다. DB·KB손해보험은 T맵 내비게이션 이용자, 현대해상은 커넥티드카 운전자 전용 할인 특약을 운영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