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불러온 스쿨존 불법 주정차…서울 자치구별 단속건수 최대 188배 차이

입력 2020-01-11 07:00
수정 2020-01-11 08:34

올 4월 시행될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률·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과중 처벌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김민식 군의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가 서울에서는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자치구별 주정차 단속 건수는 최대 180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지방자치단체별 단속 상황이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내 스쿨존 불법 주정차 연간13만건

충남 아산시에서 김 군이 스쿨존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여 사망한 뒤 도입된 민식이법이은 지난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엔 스쿨존 내 운전자가 제한속도 시속 30㎞를 초과하거나 안전 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13세 미만 어린이를 숨지게 하면 3년 이상 징역형을 내리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조사 결과 김 군을 들이받은 가해자는 시속 23㎞로 서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횡단보도에 주정차한 차량 탓에 가해자가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제기했다.


서울 내 스쿨존 불법주정차는 증가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10일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2만7004건이던 서울 내 스쿨존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2017년 13만809건, 2018년 13만6657건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지난해엔 상반기에만 6만7923건을 기록,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각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최대 188배 차이나는 곳도 있었다. 은평구는 2018년 1만1496건을 기록해 서울 25개 구청 중 단속 건수가 가장 많았다. 반면 노원구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스쿨존(지난 6월 기준 115곳)을 두고 있음에도 같은 기간 61건만 단속했다. 노원구는 2016년(125건), 2017년(76건)에도 서울 25개 구청 중 가장 적게 단속했다. 동일한 스쿨존 불법 주정차를 두고서 한 곳에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다른 곳에서는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는 일이 반복된 셈이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단속보다는 계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계도 위주로 불법 주정차를 관리했다”며 “지난 하반기엔 단속을 강화해 484건의 스쿨존 불법 주정차를 적발했다”고 해명했다. 2018년 노원구 다음으로 단속을 적게 한 구는 구로구(184건), 광진구(1580건) 순이었다. 반면 도봉·성동·성북·서초·양천·동대문·종로구 등은 단속 건수가 8000건이 넘어 자치구별 단속 편차가 컸다.



◆“스쿨존에선 1분만 주정차해도 단속”

김 군의 사고 이후 스쿨존 불법 주정차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서울시는 스쿨존에 설치한 불법주정차 단속 폐쇄회로TV(CCTV) 대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의 차량 제한속도도 시속 30㎞로 낮추기로 했다. 서울 내 스쿨존 1721곳 중 초등학교 주변 606곳에는 2022년까지 CCTV를 확충할 계획이다. 스쿨존 내 주정차 위반 차량에 대한 과태료를 현행 일반도로의 2배(8만원)에서 3배(12만원)로 올리기로 했다.

주정차 단속을 도맡아 하는 일선 구청에선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거지와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스쿨존의 특성 탓에 주차 공간이 부족한 주민들이 단속을 두고 항의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구청 관계자들 얘기다. 서울 내 한 구청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계도 없이 단속만 하면 실적이 나오겠지만 주차 공간부터 확보해달라는 주민들의 반발도 크다”며 “지난 7월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한 제주 사례를 따르거나 캠페인으로 스쿨존 불법 주정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도 스쿨존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를 두고 고심 중이다. 행안부는 지난해 4월 시행한 ‘4대 불법 주정차 신고제’에 스쿨존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올 상반기 시행할 예정이다. 4대 불법 주정차 구역에 포함되는 경우 1분만 스쿨존에 정차하더라도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한 주민 자율신고로 단속 대상이 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 신고제를 함부로 도입했다간 단속을 피하기 위해 멀리 주차된 통학 차량에 타려는 학생들로 인해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스쿨존 전부가 아닌 일부를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4대 불법 주정차 구역에 포함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