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초고층 아파트인 ‘해운대엘시티더샵’ 앞 보행로 일부 땅에 느닷없이 펜스가 설치돼 지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펜스 설치로 보행로 폭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0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지난달 2일 A건설사는 엘시티 부지와 해운대해수욕장 사이 402㎡ 부지(도로)에 펜스를 설치했다. 엘시티가 입주한 지 3일 만이다. A사는 2007년 7월 이 부지를 7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같은 해 6월 부산도시공사가 '엘시티 개발사업 보상계획공고'를 낸 지 한 달 만에 매입했다. 엘시티 사업 부지와 붙어있는 땅으로, 해운대를 찾은 이들이 산책로로 사용하고 있다. 엘시티 시행사는 당초 이 자투리땅까지 사들여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매입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보상금을 노린 '알박기'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엘시티 시행사에 높은 가격에 떠넘기기 위해 땅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엘시티 부지를 끼고 좁고 길게 생긴 소규모 필지여서 독자적으로 개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 땅이 없어도 개발은 가능하지만 입주민 등의 통행이 불편해지기 때문에 시행사가 울며겨자먹기로 사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사는 "앞으로 진행할 개발 사업을 고려해 소유권을 표시한 것"이라고 맞섰다.
통행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자 관할구청인 해운대구와 시행사는 할 수 없이 부지 매입 검토에 나섰다. 시행사는 이 부지를 매입한 뒤 해운대구에 기부채납할 계획이다.
다만 매입 가격이 걸림돌이다. 구는 공시지가인 16억원 선에서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실거래가(60~80억원)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시공을 맡은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구청과 시행사 모두 매입하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구체적인 매입 금액에 대해선 아직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매입 비용 산정을 위해 감정평가를 준비할 계획이다. 매입 협상이 결렬을 대비해 강제수용을 위한 법리 검토도 진행할 방침이다. 엘시티 측은 "구가 공신력 있는 기관의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A사도 상식적이고 합당한 보상가를 제시한다면 부지를 매입해 문제를 풀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