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9일 "열린 마음으로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겠다"면서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에 막혀 임명 일주일째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윤 행장은 이날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노조의 걱정이 어떤 것인지 수용할 수 있는지 듣고 결정하겠다"면서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했다. 이어 "얼음이 녹기 전에 뭘 하겠다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계속 마음을 열고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윤 행장은 지난 3일과 7일 두 차례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해 노조에 대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는 윤 행장의 대화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과는 대화할 내용이 없다"면서 "청와대가 낙하산 행장 임명에 공식 사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인사 준비 안 된 상태…시간 더 걸릴 것"
윤 행장은 이달 20일로 임기가 끝나는 4명의 부행장급 임원을 포함한 임직원 인사에 대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윤 행장은 "인사는 언제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인사를 적재적소에 파벌 없이 하려면 내부 사정을 알아야 한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라고 했다.
을지로 본점 출근과 관련해서는 "자꾸 모습을 드러내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은행 경영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면서 "은행에도 좋지 않으니 (출근 여부를) 고려해야 할 거 같다. (언제 또 출근할 지는)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다른 언론을 통해서도 향후 계획을 내비쳤는데 '혁신 금융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바른 경영'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업무 파악에 큰 어려움은 없다. 일부 익숙지 않은 부분이 당연히 있지만 임직원과 함께 풀어나가면 될 것"이라며 "혁신을 통해 은행의 실력을 키우고 중소기업의 금융 수요에 부응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직원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게 곧 은행의 경쟁력"이라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은행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나중에 성과를 갖고 평가해달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기업은행 소통 강화 기대도"
윤 행장은 서울 인창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 이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 행장에 대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을 힘 있게 실행해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윤 행장은 금융업계를 관리·감독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동창이자 행정고시 동기다. 윤 행장의 취임으로 금융당국과 기업은행의 소통이 더 원활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