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군에 있는 중종의 태봉과 비.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문화재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조선왕실의 태봉(태실) 잔존 여부 등을 실태조사해 보호·관리에 나선다. 이는 왕실에서 왕자와 공주?옹주의 출생 이후 길지를 선정해 ‘태(胎)’를 봉안해 세계적으로 독특한 태 문화로 학계에서 평가 받고 있어서다.
도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2개월간 태봉이 있는 시군과 함께 실태한 결과 13개소가 잔존하고, 12개소는 멸실되거나 위치가 불확실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발표했다. 앞서 2008년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를 기초한 태봉은 도내에 25개소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조선왕실의 정통성을 말살하려는 일제에 의해 다수가 파괴·훼손됐고, 이후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에서도 많은 수가 사라졌다.
도는 잔존하고 있는 태봉은 도의 문화재로 지정하거나 승격 등을 통해 보호하고, 위치가 불확실한 5개소에 대해서는 추가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잔존이 확인된 13개소 중 시군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곳은 ▲가평 중종 태봉 및 비 ▲화성 정숙옹주 태봉 ▲포천 만세교리 태봉 ▲포천 익종 태봉 등 4개소다.
이와 함께 태봉비 등 관련 유물이 보존돼 있는 곳은 ▲가평 영창대군 태봉비 ▲김포 조강리 태봉 ▲안산 고잔동 태봉 ▲연천 회억옹주 태봉 ▲포천 무봉리 태봉 ▲안성 영조 옹주 태봉 등 6곳으로 조사됐다. 태봉비가 일부 유실되는 등 보존상태가 부실한 곳도 3곳으로 확인됐다.
또 고양 세종대왕 장녀 정소공주 태봉 등 7개소는 이미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41개소 중에서 31개소를 보유하고 있는 왕실문화의 보고(寶庫)로 이번 실태조사는 학계와 중앙부처에만 의지하던 기존 틀에서 벗어나 도가 직접 시행하고 보존 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태실관련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해 경기도의 새로운 문화자원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