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김형태 아프로알앤디 사장, 소재·부품 고장 분석 '기업들의 종합병원'

입력 2020-01-09 15:29
수정 2020-01-09 15:30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국산화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한국과 일본 관계의 개선 여부에 관계없이 이는 앞으로도 강력히 추진돼야 할 기업의 전략이자 정부의 정책이다. 김형태 아프로알앤디 사장은 소재·부품의 국산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신뢰성(reliability)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산 개발품에 대한 신뢰가 없으며 수요처가 사주질 않기 때문이다. 이 기업인의 도전 내용을 알아봤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종합병원에 가면 각종 검사장비가 있다.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초음파검사장비 등이다. 정확한 병명을 찾아야 올바른 처방이 따르기 때문에 이들 정밀 검사장비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 구로동 아프로알앤디(사장 김형태·52)에도 이와 비슷한 장비들이 있다. 하지만 검사 대상은 사람이 아니다. 자동차부품, 전자부품, 기계부품, 철도부품, 비행기부품, 각종 소재 등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검사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처방을 내린다.

예컨대 자동차부품에 결함이 생기면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부품들을 검사하려면 엑스선 등을 투과시켜 들여다보거나 표면을 얇게 깎아 가면서 실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이 회사가 보유한 집속이온빔장비(FIB)는 시료를 얇게 깎아내면서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장비다. 고해상도의 전자현미경이 달려 있다. 재료 내부의 구조를 분석하거나 신소재 분야의 미세 구조를 분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개별 기업이 갖추기는 쉽지 않다. 대당 10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이기 때문이다.

아프로알앤디는 소재·부품의 고장을 분석해주는 업체다. 어떤 문제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겼는지 그 원인에 대한 리포트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복합진동시험기, 내구성시험기, 가스부식시험기 등 정밀 시험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회사의 사업장은 서울 구로동과 경기 성남시 및 광주시 등 세 곳에 있다. 김형태 사장은 “우리가 최근 3년간 투자한 시험장비 및 시설은 100억원 규모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들 시험은 소재·부품 국산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소기업이 수많은 소재·부품·장비를 개발해도 수요업체가 막상 사용하길 꺼리는 것은 신뢰성의 문제가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신뢰성은 제품이 주어진 환경에서 일정 기간 고장 없이 원래 성능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혹한 혹서 진동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정해진 성능을 지속 유지해야 한다. 이를 검사하려면 정밀검사장비와 전문인력, 성실한 검사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 회사 창업자인 김형태 사장은 성균관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를 마친 뒤 이 분야에서 20여 년간 종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아프로알앤디는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 인정받았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시험분석실 운영 등을 통해 신뢰를 쌓았다. 이곳엔 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대부분 시험분석 전문인력이다. 이 회사는 일자리 창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이 회사의 사업은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자동차 부품 등의 고장 분석 △국내외 주요 규격 시험 △현미경분석 유기분석 등 각종 분석 △표면물성, 기계적·전기적 물성, 코팅접합 등 물성 평가 △환경시험 내구성시험 등 각종 신뢰성 시험 등이다. 주요 고객은 정부기관과 국내외 기업 등 수백 곳에 이른다.

김 사장은 “믿을 만한 곳에서 정확한 검사를 하고 이를 토대로 제품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면 국산화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신뢰성 테스트와 리포트를 통해 소재·부품 국산화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