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車시장 SUV 비율 사상 최고…대형·소형 SUV 약진

입력 2020-01-09 07:55
수정 2020-01-09 07:56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강세가 지난해 국내에서도 계속됐다. 특히 대형·소형 SUV의 약진이 두드러져 SUV 시장이 세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해 SUV 내수 판매량은 57만5662대로 전년 51만9883대보다 무려 10.7%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완성차 5개사의 전체 내수 판매량이 153만3166대로 전년대비 0.8%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SUV 실적은 더욱 도드라진다.

5개사의 SUV 판매량은 2000년 13만3000대에서 매년 증가하며 2014년 33만7750대로 30만대를 돌파했고, 2018년 50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까지 매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전체 승용차 판매중에서도 SUV 비중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44.5%를 기록했다. 여기에 기아자동차 카니발 같은 밴형 차량(CDV)까지 합하면 이 비중은 49.5%까지 올라가 승용차 판매 절반에 육박한다.

SUV 차급별로는 중형이 20만5341대로 3분의 1가량을 차지했고 소형 18만4274대, 대형 10만3605대, 준중형 8만2422대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형 SUV 판매는 전년대비 93.5%나 증가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소형도 전년보다 18.9% 성장했다. 다만 중형과 준중형은 각각 9.8%, 1.4%씩 감소했다.

차종별로는 2018년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된 현대차 싼타페가 8만6198대로 전체 SUV 판매의 15.0%를 차지해 가장 많이 팔렸다. 하지만 전년 10만7202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19.6% 감소했다. 기아차 쏘렌토는 전년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지만 22.1% 감소한 5만2325대에 그쳤다.

3위에는 지난해 SUV 돌풍을 이끈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5만2299대를 팔며 대형 SUV 강세를 주도했다. 팰리세이드는 출시 직후부터 큰 인기를 끌며 2차례 증산에도 계약부터 차량 인도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등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팰리세이드 돌풍은 현대차 수익 개선에도 기여했다. 중형·중소형 차량과 비교해 이익이 많이 남는 대형 SUV가 많이 팔리면서 실적에도 보탬이 됐다는 것이다. 팰리세이드 출시가격은 3540만~4490만원으로, 역대 5만대 클럽 차량 중 가장 비싼 현대차 그랜저(3172만~4430만원)보다 비싸다.

SUV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올라선 가장 큰 이유로는 효율성이 꼽힌다. 과거 세단의 장점으로 꼽혔던 특징들이 SUV에 대거 장착되면서 같은 가격이면 공간이 넓은 SUV를 선호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UV의 단점으로 꼽히던 운전 조작의 어려움과 정숙성이 모두 개선됐다"며 "핵심 소비층으로 등극한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 패턴도 레저 활동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넓은 공간이 최고 인기 요소로 등극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SUV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제네시스 GV80 출시,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신형 쏘렌토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경쟁 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라며 "SUV를 출시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인센티브 증액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SUV라고 하면 덩치만 크고 승차감과 연비는 안좋은 오프로드용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최근에는 승용차 못지 않은 승차감과 안전성, 정숙성을 갖췄고 음향 같은 엔터테인먼트 성능까지 탁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의 니즈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픽업용, 쿠페형 같은 전에 보지 못한 형태로 진화해 SUV의 인기를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