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車도 매달 골라타는 시대…구독경제, 일상이 되다

입력 2020-01-09 17:22
수정 2020-01-10 00:35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 볼보는 일본에서 두 가지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브릿지 스마보(스마트+볼보)’와 ‘셀렉트 스마보’다. ‘브릿지 스마보’는 볼보의 신차를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신차가 출고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다른 볼보 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계약금을 낸 뒤 매달 차량 본체 가격의 1%를 지불하면 원하는 볼보 차를 마음껏 골라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로선 볼보 차 한 종을 구매했을 뿐인데 두 종의 차를 이용하게 되는 셈이다.

이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자 볼보는 ‘셀렉트 스마보’도 내놨다. 볼보 신차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볼보 중고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계약금을 낸 뒤 매달 차량 시세의 1.3%를 지불하면 최장 1년간 볼보 중고차를 탈 수 있다. 볼보는 두 서비스를 통해 큰 효과를 얻었다. ‘브릿지 스마보’는 반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출고 기간에 고객의 이탈을 막았고, ‘스마트 스마보’는 재고 회전율을 높였다.

《구독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는 일상의 다양한 순간을 구독 비즈니스로 만들어내는 기업들과 이들의 성공 전략을 소개한다. 닛케이BP가 발간하는 온라인 매거진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에서 펴냈다. 닛케이BP는 일본 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자회사다.

정기구독 모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정수기나 안마기 렌털, 스마트폰의 월정액 무제한 통화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이전보다 더 세분화된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 입고, 먹고, 거주하고, 움직이고, 즐기는 일상의 거의 모든 순간에 구독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정기구독 모델보다 소비자 개개인에게 밀착된 서비스도 많아졌다. 이전엔 모두에게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오늘날엔 각자의 취미와 기호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에서 패션 대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에어클로젯(airCloset)’은 고객이 미리 저장해 둔 선호 복장과 색, 착용 상황 등을 고려해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옷 세 벌을 골라 배송해준다.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는 회사들의 특성도 달라졌다. 이전엔 소매·서비스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제조사가 직접 자사 제품을 정기구독 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제조사가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앞으로 구독 경제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과 일본처럼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시장에서 신규 고객을 늘리는 것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선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다지고, 충성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기업들은 고객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구독 서비스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이 지속적으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선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요금을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 한 번 정한 요금을 자주 바꾸면 고객의 신뢰가 떨어진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리면 새로 가입하려던 소비자는 기존 이용자에 비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강하다. 저자들은 “처음부터 적정 가격을 잘 정해야만 한다”며 “이를 위해선 고객이 그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느낄 만한지, 해당 요금으로 어느 정도의 수요가 기대되는지, 사업의 장기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