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 간부 인사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안태근 전 검찰국장 사례 때문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검찰 간부 인사를 논의하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오늘(8일) 오전 전격 소집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오늘 오후에 인사가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검찰 인사안을 놓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보내라"고 요구했고, 대검 측은 "인사안부터 내놓으라"고 버티고 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장관은 검찰 인사를 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기 위해 오늘 오전 10시 30분에 만나자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통지했지만 윤 총장이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측은 "추 장관이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법무부에 머무르면서 윤 총장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검 측은 오전 11시 인사위원회 개최를 겨우 30분 앞두고 검찰총장을 호출하는 것은 요식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어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협의하는 게 아니라, 법률상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인사와 관련해 윤 총장을 만나 의견은 듣겠지만 결정 권한은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윤 총장 측에서 만남을 거부한 만큼 추 장관이 검찰 인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법무부는 일단 윤 총장 측에서 의견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선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평소 직선적이고 저돌적인 추 장관이 한발 물러난 것은 안태근 사례 때문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를 덮으려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았다. 직접 증거가 없어 서 검사 측에서도 "무죄가 나올 줄 알았다"고 예상한 재판이었다.
추 장관은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검사들을 인사 조치하려고 한다. 안태근 사례에 비춰볼 때 직권남용 소지가 큰 만큼 절차상 트집 잡힐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검찰청법 조항이 설치된 배경에 비춰볼 때 장관의 총장 의견 수렴 절차는 실질적인 협의 과정에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면 윤 총장이 추 장관을 만난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