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지켜낸 글쓰기…몰두의 경험과 수상에 감사"

입력 2020-01-08 17:10
수정 2020-01-09 00:30

“작년 한 해 동안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다른 생각 없이 소설 한 작품에만 열중했어요. 그런 몰두의 경험은 정말 인생을 살면서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장편소설 부문 당선자 정대건 씨)

올해로 8회째를 맞은 ‘2020 한경 신춘문예’ 시상식이 8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렸다. ‘GV 빌런 고태경’으로 장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정대건 씨(34)와 시 ‘릴케의 전집’의 김건홍 씨(28), 시나리오 ‘광복베가스’의 손상준 씨(42), 수필 ‘새’의 조혜은 씨(33)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에는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과 이진희 도서출판 은행나무 편집주간, 심사를 맡은 송재학 시인(심사위원장), 손택수 시인, 안현미 시인, 권여선 소설가, 김의경 소설가, 조영준 영화감독, 정지욱 영화평론가 및 당선자 가족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당선자 가족과 동료들은 꽃다발을 건네고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함께했다.

상패를 받은 정씨는 “소설을 쓰는 지난 시간 동안 내내 행복했다”며 “혼자 힘으로 깨쳐가며 글을 쓴다는 경험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 부문 당선자 김씨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시를 배우고 써나가며 좋은 소리부터 쓴소리까지 듣는 과정에서 큰 상을 받았다”며 “당선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 같아 두려움과 불안함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그 불안함과 두려움을 지키면서 제 시와 그 안의 세계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 당선자인 손씨는 “영화판에 들어온 지 벌써 20년이 됐는데 그동안은 억지로 살아왔다”며 “영화를 포기하고 ‘더 늦기 전에 기술이라도 배워야 하나’ 낙담하고 있을 때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행운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당선은 몇 걸음이라도 영화계에 더 가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몇 걸음이라도 더 가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수필 부문에 당선된 조씨는 “여태까지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회피하며 살아왔지만 글쓰기만큼은 어떤 순간에도 한 번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을 받았다고 온전히 내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나태하고 교만하지 않겠다”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며 오늘도 내일도 묵묵히 글을 써내려 가겠다”고 덧붙였다.

2020 한경 신춘문예 심사위원장을 맡은 송 시인은 이제 막 문단에 첫발을 디딘 당선자들에게 “신춘문예가 화려하지만 이제 겨우 출발점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며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보여준 파격이 미래엔 주류가 돼 한국 문학의 미래를 열어줄 거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는 소설가 최지운 씨와 하유지 씨 등이 신작을 줄줄이 발표하는 등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출신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한 해였다”며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문단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만큼 올해 당선된 작가들의 눈부신 활약도 기대하겠다”고 격려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